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얼음여왕'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독주 속에 박세리(24. 삼성전자)의 부활, 그리고 미국선수들의 몰락 등으로 요약된다. 미국 언론들이 LPGA 투어 결산 특집에서 거의 대부분을 소렌스탐에 할애한데서보듯이 올해 LPGA 투어 최대 화두는 역시 소렌스탐의 화려한 기록 행진. 지난해까지 카리 웹(호주)의 위세에 눌려 2인자로 추락하는 듯 했던 소렌스탐은올들어 LPGA에 기록이라는 기록은 죄다 갈아치우며 '기적의 여인'으로 거듭 태어났다. 소렌스탐이 올해 세운 기록은 ▲18홀 최소타 신기록(59타) ▲72홀 최소타 신기록(27언더파 261타) ▲54홀 최소타 타이기록(23언더파 193타) ▲36홀 최소타 신기록(20언더파 124타) ▲9홀 최소타 타이 기록(8언더파 28타) ▲18홀 최다 버디(13개)등이다. 또 ▲단일 시즌 상금 200만달러 돌파 ▲생애 통산 상금 800만달러 돌파 ▲단일시즌 최소 대회 출전으로 상금 100만달러 돌파(10개 대회) 등을 처음으로 이뤄내 52년 LPGA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소렌스탐은 ▲연속 대회 우승 타이 기록(4개) ▲최다 타수차 역전우승(10타차)의 진기록을 내는가 하면 26개 대회에 출전해 한차례도 컷오프에 걸리지 않았고 무려 20차례나 '톱10' 입상에 성공해 이 부문에서도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기록은 단일 시즌 평균타수 신기록. 소렌스탐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타이코ADT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65타를 치는 기적같은 분전으로 시즌 평균타수를 69.42타로 낮춰 99년 웹이 세웠던 시즌 평균최소타 기록(69.43타)을 경신했다. LPGA 투어 사무국은 소렌스탐이 올해 세운 신기록과 타이 기록이 3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소렌스탐의 맹활약에 다소 가려졌으나 박세리의 부활과 웹의 최연소 그랜드슬램달성도 올해 LPGA 투어에서 소홀히 여길 수 없는 대목. 지난해 단 1승도 챙기지 못해 '바닥이 드러났다'는 혹평을 받았던 박세리는 코치와 캐디를 새로 영입하고 혹독한 겨울 훈련을 치러낸 뒤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단일 시즌 개인 최다승인 5승을 따내며 막판까지 소렌스탐과 다승왕 및 상금왕경쟁을 벌이다 아쉽게 2위에 머문 박세리도 기록면에서 눈에 띄게 향상됐다. 지난 3년간 매년 70타를 넘던 시즌 평균타수가 올해는 69.69타로 낮아져 소렌스탐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박세리가 가장 달라진 것은 샷의 정확도와 퍼트. 지난해 69.1%에 그쳤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올해 70.3%로 높아졌는데 이는 비거리가 작년에 비해 10야드나 늘어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또 69.1%로 10위권이던 그린 적중률도 73.7%로 크게 높아져 소렌스탐과 웹에 이어 3위에 올랐고 100위권 밖에서 맴돌던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도 29.83개로 38위까지 순위가 올라왔다. 이를 바탕으로 박세리는 21개 대회에서 5차례 우승을 포함해 12차례 '톱10'에진입했고 데뷔이후 첫 시즌 상금 100만달러 돌파(162만3천달러)를 달성하면서 통산상금도 400만2천달러로 랭킹 15위에 올랐다. 특히 박세리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 앞으로 3년안에 나비스코챔피언십만 우승할 경우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을 예고했다. 소렌스탐과 박세리에 밀려 '빅3'의 끝자리로 처졌으나 웹 역시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이뤄냈고 '올스타전'격인 타이코ADT챔피언십에서도 우승, '큰 경기에 강하다'는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3년 연속 시즌 상금 150만달러를 넘어선 웹은 시즌 3승과 '톱10' 12차례의 결코만만찮은 성적을 올려 언제나 '1인자'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저력을 드러냈다. 또 올해도 LPGA에 한국 돌풍은 여전했다. 김미현(24. KTF)은 2차례 연장전 패배를 비롯해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으며 1승도 올리지 못했으나 '톱10' 입상 13차례로 상금랭킹 8위(76만2천363달러)에올라 LPGA 정상급 선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김미현은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도 박세리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 시상식을 '한국 일색'으로 만들기도 했다. 2년차 박지은(22. 이화여대)도 부상과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불안한 한해를 보냈지만 투어 우승컵 1개를 거머쥐었고 박희정(21. 채널V코리아)은 조건부 출전권자의악조건을 딛고 대망의 투어 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이와 함께 월요예선을 통해 대회마다 얼굴을 내밀어 '먼데이 퀸'이라는 별명을얻은 한희원(23. 휠라코리아)은 박세리(98년), 김미현(99년)에 이어 한국인으로는세번째로 LPGA 신인왕에 오르며 일본투어와 LPGA 투어 신인왕을 차례로 받은 첫번째선수가 됐다. 한편 올 시즌 LPGA는 35개 대회 가운데 미국 선수들은 10개 대회 타이틀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메이저대회 우승컵은 모조리 외국 선수에게 넘겨줘 미국세의 퇴조가눈에 띄었다. LPGA는 9.11 테러 사태와 경기 후퇴에다 이같은 미국선수의 몰락이 겹쳐져 갤러리 감소와 각종 마케팅 차질 등의 후유증을 적지 않게 겪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