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가 숙적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국은 16일 타이베이의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제34회 야구월드컵 일본과의 8강전에서 마일영(현대)과 조규수(한화), 이혜천(두산), 신윤호(LG) 등 마운드의 주축투수들을 총동원했으나 타선이 3안타로 침묵을 지켜 1-3으로 패했다.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5-8위전으로 밀려나 17일 오후 1시 도미니카와 경기를 벌이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야구월드컵에서 일본과의 역대 전적 7승5패로 여전히 우위를 지켰으나 드림팀이 첫 출전했던 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9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지난 해 시드니올림픽까지 전승을 거두다 첫 패를 당했다. 또 98년 이탈리아대회와 94년 니카라과대회 연속 준우승, 90년 캐나다 대회 3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8위에 그쳤던 88년 이탈리아대회이후 야구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남기게 됐다. 이날 한국의 패인은 타선의 불발이었다. 일본 선발 나카무라(니혼햄 파이터스)는 올시즌 고작 6승을 올린 투수지만 한국은 7회까지 단 2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일본은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선두타자 이바타가 2루를 훔치자 3번 이구치가 적시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았으나 한국은 2회초 역시 볼넷으로 나간 채종범(SK)을 김상훈(기아)이 좌월 2루타로 불러들여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은 4회 무사 만루에서 가미사카의 내야땅볼로 1점을 뽑은 뒤 7회 히가시데의 볼넷과 다카하시의 우전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가쓰라기가 희생플라이를 날려 3-1로 달아났다. 한국은 8회와 9회 연속 선두타자가 출루했으나 후속타자인 김주찬(롯데)과 김태균(한화)이 모두 병살타를 날려 추격 기회를 놓쳤다. 한편 쿠바는 도미니카를 3-1, 미국은 파나마를 7-2로 각각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