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데뷔 무대는 혹독하기만 했다.


1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동양인으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을 보인 김병현(2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통한의 홈런 2방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뉴욕 양키스는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 커트 실링의 호투에 고전하며 8회까지 1대3으로 끌려갔지만 9회와 10회 마무리로 등판한 김병현으로부터 각각 2점홈런과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애리조나에 4대3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2연패 뒤 2연승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8회말 팀이 3대1로 리드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양키스의 7번 세인 스펜서를 시작으로 8번과 9번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잠수함 투수에 강한 뉴욕의 좌타선이었다.


9회말 1사후 등장한 타자는 좌타자 폴 오닐.


오닐은 김병현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좌익수 앞 빗맞은 안타를 빼앗아내며 대역전극의 서막을 예고했다.


김병현은 좌타자인 3번 버니 윌리엄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불을 끄는 듯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타석에 등장한 선수는 역시 좌타자인 4번 티노 마르티네스.


월드시리즈 들어 단 1안타도 쳐내지 못하며 극도의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지만 '한방'을 조심해야 할 선수.


마르티네스는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병현의 초구를 그대로 통타,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기는 2점짜리 동점홈런을 작열시켰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3대3.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6천여명의 뉴욕 극성팬들은 추위도 잊은 듯 마르티네스를 연호하며 열광의 도가니로 빠졌다.


승기를 잡은 양키스는 10회초 특급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를 곧바로 투입,애리조나의 2,3,4번 타자를 삼자범퇴시킨 뒤 10회말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말았다.


8번 브로셔스와 9번 알폰소 소리아노는 각각 우익수플라이와 좌익수플라이로 물러났지만 1번 지터는 볼카운트 투스리까지 가는 끈질긴 접전 끝에 김병현으로부터 끝내기 우월홈런을 터뜨리며 4시간이 넘는 대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애리조나의 선발 실링은 7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양팀은 2일 같은 장소에서 5차전을 가진다.


5차전 선발은 마이크 무시나(양키스)와 미구엘 바티스타(애리조나)로 내정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