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결승전 직후 현대건설 유화석(49)감독은 그동안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평생을 배구만 하면서 살아왔고 최선을 다해 팀을 최고로 키워놓았는데 또 다시 해체라니... 내가 큰 죄를 지었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한 죄밖에없습니다. 배구에 발을 디뎌놓은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유화석 감독은 마지막 게임이 될 지도 모르는 대회에서 꼭 우승하자고 격려했지만 1시간30분거리의 숙소와 경기장을 오가면서 이미 풀이 꺾인 선수들은 무기력한 플레이끝에 한국담배인상공사에 0-3으로 완패했다.


유감독은 "선수들은 사기를 먹고 삽니다. 부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전망도 보이지 않는 데 의욕이 있겠습니까"라며 선수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나아가 마지막 미팅에서 `잘 했다'며 격려했다.


유화석감독은 배구인중 대표적으로 잡초같은 인생을 걸어 온 케이스.


남산공전과 명지대에서 무명의 선수생활을 한 뒤 일신여중, 일신여고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94년에는 SK케미칼 사령탑을 맡아 바야흐로 성공한 배구인으로 이름을 올리는 듯 했다.


당시 유감독은 여자배구 최강이었던 호남정유(현 LG정유)의 92연승을 저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97년, 98년에는 2년연속 슈퍼리그 결승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험난한 인생은 이제 시작이었다.


98년 4월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팀 해체를 결정,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진짜 서글퍼지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직장으로 바쁘게 발을 떼고 있는데..."


다행히 99년 5월 현대건설 사령탑으로 다시 배구계에 복귀했고 지난 3월에는 슈퍼리그 정상에 우뚝 서 생애 최고의 해를 맞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6개월이 흐른 지난달, 유감독은 또 다시 팀 해체를 통보받고 얄궂은 운명을 저주해야 했다.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팀을 해체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왜 내게 이런 일이 자꾸 생깁니까"라고 탄식하던 유감독은 "아니 다른 사람보다는내가 당하는 것이 낫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어금니를 깨물었다.


(천안=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