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코리안 특급'박찬호(28.LA 다저스)가 유난히 희비가 교차했던 한시즌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승수를 보태지 못한 가운데 올시즌 15승11패, 방어율 3.50의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시즌 목표였던 20승과 지난 시즌 거둔 18승에는 못미치지만 97년 14승을 거둔이래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서의 이미지는 굳힐수 있었다. 일단 기록으로만 따진다면 박찬호는 올시즌 어느 해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데뷔 이후 개인 최다인 36경기에 출장해 234이닝을 던졌고 역시 한시즌 개인 최다인 218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반면 약점으로 지적되던 볼넷은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줄어 97년 이후 가장 적은 91개에 불과했으며 3.50의 방어율도 내셔널리그 10위권 안팎의 뛰어난 성적이다. 특히 박찬호는 한번도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35번 선발 등판해 26번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내)를 기록하며 에이스 케빈 브라운 등 선발진이 부상으로 무너진 팀 마운드를 혼자 이끌다시피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를 넘어서서 박찬호의 올시즌을 돌아본다면 유난히도 환희와좌절이 교차했던 시즌이었다. 첫 개막전 선발 등판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세좋게 출발한 박찬호는 연일 쾌투를펼치며 팀 타선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전반기에 8승을 거뒀고 방어율은 데뷔 이후 가장 낮은 2.80을 기록해 생애 처음으로 `꿈의 무대'인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영광까지차지했다. 하지만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같던 최고의 순간은 곧바로 박찬호의 야구 인생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아쉬운 장면으로 바뀌었다. 올스타전 마운드에서 던진 첫번째 공이 은퇴를 앞두고 전 미국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철인'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방망이에 걸리며 그대로 담장을 넘어간 것. 또한 지난 99년에도 1이닝에 같은 타자에게 2개의 만루홈런을 내주는 등 박찬호의 홈런에 관한 악연의 결정판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나타났다. 박찬호는 6일 시즌 최종전에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 타이를 기록중이던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에게 연타석 홈런을 내줘 한동안 지워지지 않을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이 밖에 박찬호는 생애 첫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후반기 내내 허리와 발목에 자주 통증을 호소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달려있던 9월에 연패를 거듭하며 최악의 부진을 보여 동료들과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박찬호가 내년 시즌에는 얼마의 연봉에 어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게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