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87,90,92년)과 마스터스(89,90,96년)에서 3승씩,메이저대회 통산 6승을 올린 베테랑. '스윙 머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컴퓨터 같은 스윙을 구사하며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세계 남자골프계를 평정한 영국의 간판골퍼. 그런 닉 팔도(44)가 한국 골프의 내셔널타이틀인 제44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4억원) 2라운드에서 어이없는 플레이로 국내 골프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세계적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무성의'와 골프규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커트오프하고 말았다. 총상금의 절반을 넘는 거액의 초청료(15만달러)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10번홀(1백76m). 첫날 이븐파,둘째날에도 전반까지 버디 1개,보기 1개로 이븐파를 이어오던 팔도는 이 홀에서 티샷을 했으나 볼이 홀을 조금 지난 그린 왼쪽 4.5m 지점에 멈췄다. 홀까지는 약 4.5m. 버디 기회였다. 첫 퍼팅은 홀을 비켜가 약 50㎝ 지나쳤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최근 퍼팅 때문에 애를 먹던 팔도의 쇼트 파퍼팅은 또 홀을 살짝 외면,약 15㎝나 지나쳤다. 열(?)받은 팔도는 그 보기퍼팅을 '긁어내는 듯한 동작'으로 쳤다. 아무리 짧은 퍼팅이고 화가 나는 상황이라 해도 성의없는 스트로크였다. 그런데 그 퍼팅도 홀을 비켜가려 하자 팔도는 퍼터헤드를 홀 반대편 쪽에 막아 세웠다. 굴러가던 볼은 퍼터헤드를 맞고 홀 속으로 들어갔다. 외견상 팔도의 그 홀 스코어는 1온4퍼팅으로 더블보기(5타)였다. 그러나 골프규칙(14조5항)에는 움직이고 있는 볼을 플레이하면 2벌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팔도는 2벌타를 추가,그 홀 스코어는 7타(4오버파·쿼드루플 보기)가 돼야 했던 것. 팔도의 마커는 앤서니 강(류골프). 앤서니 강도 헷갈렸다. 팔도의 행위가 1벌타인줄 알았던 것. 앤서니 강은 팔도의 스코어카드에 6으로 적었고 팔도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앤서니 강은 나중에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즈음 이상하다싶어 경기위원에게 문의했고 경기위원회측은 규칙대로 2벌타를 부과했다. 팔도는 결국 이날 3오버파 75타를 쳐 합계 3오버파 1백47타로 탈락하고 말았다. 한편 14일 한양CC 신코스(파72)에서 속개된 대회 2라운드에서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대섭(20·성균관대2)이 전반 9홀까지 3언더파를 추가,중간 합계 9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후 4시 현재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