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120회 US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1천580만달러)가 27일(이하 한국시간) 밤 11시 화려한 막을 올린다. 2주 동안 남녀 단식 각각 128명과 남녀 복식, 혼합복식 등에서 하드코트의 최정상을 가릴 이번 대회는 총상금이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토너먼트 대회 중 최고액인1천580만달러에 달해 지구촌 최대의 '돈잔치'로 펼쳐지게 된다. 단식 우승 상금은 85만달러, 복식 우승 상금은 35만달러로 메이저대회 중 처음으로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액수의 상금을 수여해 온 것이 벌써 29년째다. 윔블던과 프랑스오픈은 남자가 여자보다 상금이 많고 호주오픈도 남녀 상금을 같게한 것이 95년부터로 겨우 6년째. 특히 이 대회는 지난해 이형택(25.삼성증권)이 남자단식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켜 이번에도 '코리안 키드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국내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형택, 16강 돌풍 재현할까 '한국테니스의 희망'. 이형택의 이름 앞에 이러한 호칭이 붙게 된 것이 바로 지난해 이 대회부터. 당시 세계랭킹 182위의 무명이었던 이형택은 예선을 거쳐 본선에 나갔고 아무도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형택은 1회전에서 세계 78위 제프 타랑고를 물리치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2회전에 오른 데 이어 세계 13위 프랑코 스키야리(아르헨티나)와 세계 67위 라이너 슈틀러(독일)마저 연파하고 16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16강전에서 당시 세계 4위에 올라있던 '황제' 피트 샘프라스(미국)에게 접전 끝에 패했지만 이형택의 선전은 현지 언론들도 크게 다룰 정도로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렸다. 이후 한국 선수 세계 최고랭킹을 연일 경신하는 등 주가를 올리던 이형택은 투어 데뷔 2년째인 올시즌 들어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1회전 탈락하는 등 일종의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이 대회에서의 활약 여부가 국내팬들에게는 관심 거리일 수 밖에 없다. 세계랭킹 66위인 이형택은 이번 1회전에서 동갑내기인 세계 32위 니콜라스 에스쿠드(프랑스)와 맞붙는다. 에스쿠드는 현재까지 투어대회 2승을 올렸고 메이저대회에서는 지난 99년 US오픈 8강, 올해 윔블던 8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 올시즌 성적만을 집계하는 2001챔피언스 랭킹에서도 이형택(91위)은 에스쿠드(18위)에 73계단이나 처져 있어 일단 한 수 위의 상대라고 봐야 하지만 사실상 실력면에서는 그리 떨어지지만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에스쿠드는 시속 200㎞를 넘나드는 강서비스를 갖고 있지만 서브앤드발리 전형이라기 보다는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한 올라운드플레이어라는 평가여서 비슷한 경기스타일의 이형택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형택이 만약 에스쿠드를 꺾는다면 2회전 상대는 무명인 알렉스 보고몰로프와 예선통과자의 1회전 승자여서 일단 1회전이 16강 재현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 남자단식 전망 남자단식 우승 후보로는 프랑스오픈 챔피언인 톱시드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과 호주오픈 우승자인 2번시드 앤드리 애거시(미국) 등이 유력하다. '클레이코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쿠에르텐은 하드코트 대회인 US오픈에서는 99년 8강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고 지난해에는 1회전 탈락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현재 세계랭킹과 2001챔피언스랭킹에서 모두 1위에 오를 정도로 상승세에있다. 또 US오픈의 전초전 격으로 열리는 하드코트 대회 중 최근 신시내티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주 RCA챔피언십에서도 결승에 오르는 등 하드코트에서도 점차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애거시는 94년과 99년 정상에 오른 것을 포함, 우승 2번,준우승 2번, 4강 3번에 오를 만큼 이 대회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온 영원한 우승후보다. 지난해 말 부진했지만 올시즌 호주오픈 2연패로 재기에 성공한 애거시는 이후에도 프랑스오픈 8강, 윔블던 4강 등 좋은 성적을 유지해 온데다 대회가 끝나면 슈테피 그라프(독일)와 결혼할 예정으로 신부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할 각오다. 이 밖에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3번시드 마라트 사핀(러시아)도 2연패를 노리고 있고 호주의 신구 스타인 4번시드 레이튼 휴이트와 6번시드 패트릭 라프터도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한편 '황제'라는 애칭이 무색할 만큼 올시즌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피트 샘프라스(미국)는 지난해 4번시드에서 이번에는 10번시드를 받는 등 수모를 겪고 있어 실추된 명예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 여자단식 전망 여자단식에서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석권한 2번시드 제니퍼 캐프리아티, 2연패와 동시에 윔블던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속 우승을 노리는 비너스 윌리엄스(이상 미국)가 강력한 우승 후보다. 여기에シ?202주째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98년 챔피언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와 호주오픈 준우승 이후 2개 메이저대회를 불참했던 97년 우승자 린제이대븐포트(미국)까지 가세한 4인방이 우승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각각 준우승하며 벨기에의 거센 10대 돌풍을 일으킨 5번시드 킴 클리스터스와 6번시드 쥐스틴 에넹도 첫 메이저 정상에 도전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