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프로야구 스탠드에 `기아 돌풍'이 일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이후 20년동안 호남야구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해태로부터 지난 1일 바통을 넘겨받은 기아가 대대적인 관중몰이에 나선 것. 기아는 창단이후 9경기에서 4승5패에 그쳤지만 팀 성적과 홈,원정과 관계없이기아가 나서는 경기마다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창단이후 기아는 인천 SK전 1경기, 사직 롯데전 2경기, 광주 SK전 3경기, 잠실LG전 3경기 등 9게임을 벌이는 동안 야구장을 찾은 총 입장객수는 14만1천595명. 기아 경기의 평균 관중은 1만5천752명으로 올시즌 프로야구 전체 평균관중 5천675명보다 무려 3배에 이른다. 특히 지난 주말 잠실구장은 올시즌 처음 이틀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며 3연전 동안 8만6천533명이 입장해 90년대 중반 프로야구 최대의 빅카드로 꼽혔던 `해태-LG전'을 재현하는 듯 했다. 또 기아가 홈개막전을 벌인 7일 광주구장에는 1만4천600명의 팬들이 찾아 98년이후 3년만에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올시즌 해태가 경기에 나섰던 7월말까지 광주구장의 평균 관중은 3천405명에 불과했지만 기아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홈개막 3연전에는 2만9천985명이 입장해 평균 9천995명을 기록했다. 기아 관중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종범 복귀효과와 신임 김성한 감독의 공격적인 야구, 신생구단의 적극적인 홍보전략이 맞물린 결과지만 어쨌든 야구장을 떠났던 호남팬들이 발길을 되돌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아의 전신 해태는 한국시리즈 9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97년 IMF 한파속에 간판선수들을 내보내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3년동안 팀 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팬들은 속절없이 떠나갔다. 그러나 광주구장의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잡은 기아가 호남야구의 재건을 위해새 출발을 다짐함에 따라 전국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으로 꼽히는 호남관중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덩달아 침체의 늪에 빠졌던 국내프로야구도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