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 이승엽(25)이 원인모를 슬럼프에 빠졌다. 홈런 공동선두를 질주중인 삼성의 붙박이 3번타자 이승엽은 전반기 막판부터 방망이가 헛돌기 시작하더니 2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급기야 6번타자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승엽은 고졸 신인이던 95년 제자리를 못찾고 상.하위 타선을 오르내렸지만 96년부터는 3번 또는 4번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이승엽의 자존심은 '냉철한 승부사' 김응용 감독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감독은 최근 이승엽의 5경기 타율이 19타수 4안타, 타율0.211로 추락하자 가차없이 하위타선으로 돌렸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 구단을 맡았던 어느 감독도 시행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김응용 감독은 슬럼프에 빠진 간판타자에게 냉정하게 '충격 요법'을 단행한 셈이다. 그러나 김감독의 '충격 요법'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이 단시간에 제 컨디션을 찾을지는 불투명하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승엽이 허리와 발바닥에 잔 부상이 있지만 타격에 큰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며 "이승엽의 부진은 홈런에 대한 부담에서 비롯된 심리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99시즌 54홈런으로 한국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던 이승엽은 지난 해에도 후반기 지나친 부담감속에 타격감이 뚝 떨어져 홈런왕 타이틀을 박경완(현대)에게 넘기고 말았다. 올시즌 역시 이승엽은 홈런 선두를 질주하다 전반기 막판 '수입갈매기' 호세(롯데.24개)의 맹렬한 추격속에 공동 1위가 되자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호세와 우즈(두산) 등 힘좋은 용병 슬러거들 사이에서 외롭게 토종을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는 이승엽은 하루빨리 마음의 짐을 덜어야만 '국민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