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여년간 이어져 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백인 중심주의 철옹성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16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제 1백12차 IOC 총회 신임 IOC 위원장 선거에서 유색인종 최초의 위원장에 도전한 김운용(70) 대한체육회장은 구미 연합세력의 지지를 얻은 자크 로게(59·벨기에)에게 결국 패하고 말았다. 로게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으나 곧 이어 실시된 2차 투표에서 59표를 얻어 향후 8년 동안 지구촌 올림픽운동을 이끌 제8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반면 김 회장은 1차와 2차 투표에서 21표와 23표를 얻었다. 김 회장에 비해 IOC 경력이 일천한 신임 로게 위원장은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개혁파의 지지와 백인 중심의 공고한 연대를 자랑하는 유럽과 미국 세력의 지지를 받았다. 당초 팽팽하리라던 김운용 회장과 로게(벨기에)간 승부의 균형이 빠르게 로게 쪽으로 기운 것은 베이징(北京)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아시아에 2개의 선물을 안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김 회장이 "당선되면 위원 1인당 5만달러씩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세는 김 회장에게 더욱 불리하게 돌아섰다. 이 보도가 나오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뇌물 파동에 연루됐던 김 회장의 전력이 다시 부각됐으며,IOC는 급기야 윤리위원회를 통해 김 회장의 진의를 알아보는 등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조사결과 김 회장은 무혐의로 처리됐다. 김 회장은 "IOC의 부패를 막기 위해 위원들에게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으나 이 발언이 돈으로 표를 사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그러나 이 발언의 진위가 무엇이건간에 IOC의 부패와 연관됐다는 김 회장의 이미지가 순수성을 되찾겠다는 '미스터 클린' 로게의 입지에 비해 크게 훼손됐다. 또 사마란치 위원장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투표 이후 노골적으로 로게를 지지하며 나섰고 후보 당사자와 사마란치 위원장에게도 투표권을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백인계 표가 많아진 점 등도 김회장에게 불리한 악재로 작용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