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4시(한국시간) 치러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8대 위원장 선거 양상이 '친(親)사마란치 대 반(反)사마란치' 구도로 굳어가고 있다. 차기 IOC 위원장 선거에 나선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공약을 통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과 노선을 분명히 달리한 가운데 국제올림픽계에 뿌리 깊게 뻗쳐 있는 사마란치의 영향력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운용 회장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사마란치가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 이후 IOC 위원들에게 올림픽 유치도시 방문을 금지시킨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21년 동안 사마란치 말 한마디가 곧 법이자 진리였던 IOC 내부상황으로 볼 때 이는 분명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반란인 셈.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시간이 갈수록 김 회장과 자크 로게(벨기에) 개인간의 싸움보다는 사마란치에 반기를 든 김 회장과 사마란치가 후계자로 내정한 로게 사이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마란치는 16일을 끝으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나지만 모스크바 총회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당초 일각에서는 2008년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베이징과 토론토 파리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사마란치가 지지했던 베이징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이는 IOC 위원 대부분이 아직도 사마란치의 행동 하나 하나에 순응하며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이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두자 외신들은 'IOC 내부에서 사마란치의 레임덕은 없다'고 평가했다. 사마란치는 80세의 나이로 정년퇴임하지만 후계자로 정한 로게를 신임 위원장으로 밀고 자신의 아들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를 새 IOC 위원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석 때문에 김운용 회장이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국제올림픽계에 짙게 드리워진 사마란치의 그림자를 떨쳐 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