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라프터(호주)의 리턴이 네트에 걸리는 순간,고란 이바세니비치(크로아티아)는 코트에 쓰러지더니 이내 관람석에 뛰어올라가 가족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와일드 카드로 간신히 본선에 진출했던 세계 랭킹 1백25위의 이 '한물간 노장'이 올해 윔블던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바세니비치는 9일밤 올잉글랜드론 클럽에서 지난해 준우승자 패트릭 라프터(호주)를 맞아 5세트 게임듀스까지가는 피말리는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 스코어 3대2(6-3,3-6,6-3,2-6,9-7)로 승리하며 윔블던의 왕좌에 올랐다.


지난 94년까지 3번에 걸쳐 윔블던 결승에 올랐지만 앤드리 애거시와 피트 샘프라스(이상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이바세니비치는 결국 4번째 만인 올해들어서야 윔블던에 맺힌 숙원을 풀 수 있게 됐다.


이날 두선수는 윔블던 결승답게 막판까지 승리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시속 2백10km의 강서브로 무장한 이바니세비치와 '서비스 앤 발리'를 앞세운 라프터는 각각 두세트씩 주고 받았는데 이어 마지막 5세트에서도 한게임씩을 주고받으며 결국 5대5로 게임 듀스까지 갔다.


두선수간의 팽팽한 균형에 미세한 틈이 생긴 것은 7대7 듀스상황에서 15번째 게임.


라프터의 서비스에 고전하던 이바세니비치는 잇달은 리턴을 선보이며 라프터의 발리를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이 게임을 따내 승기를 굳힌 이바세니비치는 16번째 게임에서 자신의 27번째 서비스에이스를 터트리며 3시간1분의 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