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제3차 남북장관급 회담때의 합의에 따라 올 9월께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경평(京平) 축구대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고건(高建) 서울시장은 27일 종로구 혜화동 시장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9월께) 경평축구 대회를 여는 게 물건너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된 이유로 "부시 대통령 탓"이라고만 밝혀 미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경평축구 대회를 여는 데 결정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남북한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중 경평축구대회 부활의사를 표시한 후인 지난해 9월 제3차 장관급 회담에서 경평축구대회를 부활시키기로 하고 구체적인 개최시기 등은 서울시와 평양시 및 양측 관련 단체간에 협의토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 9월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첫 경기로 남북화해 분위기를 상징하는 경평축구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 왔다. 경평축구대회는 1929년 10월 경성중학이 주축이 된 경성팀과 숭실학교가 주축이 된 평양팀이 서울 휘문고보 운동장에서 경기를 가진 게 효시가 돼 매년 한 차례씩 서울과 평양에서 열렸으나 1946년 서울 경기를 끝으로 중단됐다. 이후 지난 90년 10월 남북 대표팀이 '통일축구'란 이름으로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한 차례씩 경기를 치렀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 대회가 연례 행사로 부활되지는 못했다. 고 시장은 98년 11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기공식에서 평양시의 량만길 인민위원장에게 경평축구 대회의 부활과 올 9월께 경평축구 부활을 알리는 첫 시범경기를 열자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