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이 없다' '투수 왕국' 현대의 명성이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최하위를 다투는 팀 타율과는 반대로 시즌 초반부터 팀 방어율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현대의 저력은 삐걱거릴만 하면 나타나는 마운드의 수호신들로부터 나온다. 현대가 선두권을 질주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시즌 초반 현대의 수호신은 누가 뭐래도 테일러였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 김수경과 임선동이 부진과 부상에 허덕일 때 6연승을 이어가며 팀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5월로 접어들면서 현란했던 투구 패턴이 상대 타자들에게 읽혀졌고 급기야 5월 말부터는 4연패의 늪에 빠졌다. 테일러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전준호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임선동의 허리 부상과 박장희의 연패가 이어지는 가운데 5연승을 이어간 것. 변화구의 제구력이 살아나면서 임선동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특히 시즌 초반 중간계투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테일러를 제외하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그만큼 중간계투와 마무리의 부담을 덜어줬다. 6월 들어 흔들린 마운드의 무게를 잡아준 수호신은 마일영이다. 초반 불안정한 컨트롤을 보였던 마일영은 김수경이 담에 걸리자 에이스로 떠올랐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의 강타선을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공동 선두 복귀를 주도했다. 어느새 7승째다. 마무리에도 어김없이 수호신이 등장했다. 부동의 마무리 위재영이 허리 부상으로 빠지자 신철인이 믿음직한 대체 마무리로 등장했다. 지난 20일과 21일 살얼음판 승부에서 연속 세이브을 올리더니 23일 삼성전에서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근 5경기에서 방어율 0의 완벽 피칭을 보이고 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라이벌 삼성의 연승 행진을 보면서 "부럽다. 마치 지난해 우리 팀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팀들에는 무너질만 하면 바로 일어서는 현대의 마운드가 좀처럼 부럽기만 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