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필드 양정무(41) 사장은 사무실 한켠에 낡은 워커(전투화)를 신주단지처럼 "모셔" 놓고 있다. 늘 옆에 놓고 보면서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무장, 사업을 할때 전투하는 심정으로 임하기 위해서다. 전투화는 한 군 고위장성이 "열심히 하라"며 선물로 보낸 것. 해병대 출신인 양 사장한테 전투화는 사업에 대한 열정을 끓게 만든 매개체였다. 온갖 힘든 일을 이겨냈던 군생활을 떠올리니 군인정신만 살리면 이세상에서 못 이룰게 없어 보였다. 그가 골프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전투적인 군인정신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일보 광고국에 근무하던 지난 90년 접대차 골프를 배운 양 사장은 골프채를 사기 위해 골프숍에 들렀다. 양 사장은 "국산채를 달라"고 했는데 골프숍 주인은 "없다. 국산채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무시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열을 받은" 양 사장은 한바탕 다투고 나온뒤 곧바로 골프회사를 차렸다. 그는 당시 국내 업체들이 미국과 일본의 유명클럽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이 상당히 높아 사업을 시작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랭스필드란 브랜드도 "필드의 창(랭스)"이란 뜻으로 다분히 공격적이다. 사업시작도 그랬다. 국산채를 어디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 직매장을 만들고 시타회를 갖는 등 소비자를 직접 만나 파는 "각개전투" 공략을 썼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클럽을 만들어 주고 만약 안맞으면 환불해 주겠다는 전략을 썼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공격성향은 아무래도 적을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랭스필드는 끊임없는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다. 양 사장은 시중에 나도는 부도설에 얼굴을 붉히며 핏대를 높였다. "악성루머다. 한달에 4~5억원의 어음을 막고 있지만 랭스필드의 월 매출액 10억원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창립이후 12년째 부도설이 나오는데 그런 회사가 어떻게 매년 1백%이상 신장을 하느냐"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랭스필드는 국산 골프클럽에서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양 사장은 "애니콜이 한국지형에 맞는 핸드폰을 만들어 모토로라를 몰아냈듯이 랭스필드도 클럽시장에서 "애니콜 신화"를 이뤄 내는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양 사장은 올 1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이달의 중소기업인상을 수상했고 3월에는 상공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양 사장은 그러나 "좋은 상을 받아도 국산클럽에 대한 정부와 은행의 지원정책은 너무 미흡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양 사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랭스필드를 키워준 소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국산채가 클럽시장을 점령하는 그날을 위해 전투화 끈을 더욱 조여매고 뛰겠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 [ 프로필 ] * 생년월일 : 1960년 4월19일 * 학력 : -79년 전주 영생고 졸업 -87년 전주대 행정학과 졸 * 경력 : -88년 세계일보 광고국 입사 -92년 랭스필드 창립 -99년 2월 랭스필드 대표이사 -99년 5월 신지식인 선정 -2000년 7월 한국골프용구공업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2001년 1월 1월의 중소기업인상 수상 -2001년 3월 제28회 상공의 날 대통령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