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인가, 과거 답습의 연속인가. 거스 히딩크(55.네덜란드)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넘긴 지 6개월이 흘러 월드컵 본선을 1년 남겨둔 지금까지 여전히 한국축구의 미래를 보는 시각은 `기대반걱정반'이다. 한국축구로부터 절대권력을 부여받은 히딩크 감독이 지난 반년간 약속대로 바꿔놓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지만 일단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는 점에서 히딩크 감독은 합격점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취임 후 '중간고사'격인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전 참패가 끝내 독약이 돼 예선서 탈락했고, 앞서 3차례 B급 국제대회 등 비슷한 전력의 팀들을 상대로한 A매치에선 4승2무2패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성적이란 단순한 수치를 떠나 "생각하는 축구를 하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취임 각오가 지금껏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는 점에 가장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대목에서 히딩크 감독이 접목시키려는 두뇌축구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다. 히딩크축의 요체이자 선진축구의 이상형이라는 포백시스템이 잇단 수비불안을노출, 4월 이집트대회를 시작으로 흔들리더니 컨페드컵 프랑스전을 기점으로 스리백으로 바뀌었다. 히딩크는 포메이션에 얽매이면 안된다고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한국 축구의 전형이 바로 직전인 허정무 감독까지 써온 과거의 포메이션으로 회귀, 이상보다 현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히딩크 스스로 `시험무대'라고 했던 컨페드컵에서 감지된 이런 이상징후에 대한뚜렷한 답변은 없지만 그가 한국축구의 한계를 보고 눈앞의 결과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이 짙다. 히딩크호는 선수선발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히딩크 본인은 `실험'이라고 했으나 선수의 포지션 기용을 놓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키우는 안정환에게 출전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나 국내 경기인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선수들이 중용되고 있는 현실도 납득할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히딩크가 갖고 있는 선진기술이 국내에 제대로 전수되지 않고 있는 것도축구협회가 반드시 걸고 넘어가야할 점이다. 차선책 또는 대안 개발없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한국축구는 `투지는 좋지만 머리가 없는' 기형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하다. 한국축구는 히딩크감독을 단지 내년의 월드컵 16강진출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거액을 주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 10년, 멀게는 30년을 앞두고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투자가 헛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바짝 긴장의 끈을 조일 필요가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