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키 1백67cm에 몸무게 57kg, 신발 사이즈 2백45mm로 크지 않은 체격이었지만 외모는 단단하고 야무졌다.

한 번도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항상 단정한 모습을 유지했다.

골프 매너도 최고였다.

티오프 시각에 결코 늦은 적이 없었고 대부분 남보다 먼저 와서 기다렸다.

그만큼 시간 개념이 철저해 주위에서는 이 회장을 "칸트와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 아무리 많은 비가 와도 일단 골프장에 나온 뒤 라운드 여부를 결정했다.

이 회장의 이러한 매너는 특히 일본인들에게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일본의 재계.학계.정계 인사들과 자주 라운드를 했다.

그 중에서도 일본 총리를 지낸 분을 포함, 지도급 인사들이 많았다.

이 회장은 당시 일본의 초명문 골프장인 스리헌드레드(300)CC의 유일한 한국인 회원이었다.

나중에 정주영 현대 회장도 회원이 됐다고 들었다.

300은 회원수가 3백명이라는 뜻이다.

스리헌드레드CC는 일본 백화점 그룹인 도큐회사가 만들었는데 회원권 거래도 안되고 일본의 실력자만이 회원이 될 수 있다.

식당도 정장을 입어야만 입장이 가능하고 라커룸에 회원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로 철저한 프라이넷 골프장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재임시 회원 가입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안양골프장은 바로 이 골프장을 모델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회장은 도쿄 인근의 이곳에서 일본 고위층과 라운드하면서 친선을 도모하고 사업정도도 얻곤 했다.

이 회장은 이 사람들과 사교하면서 얻어낸 사업아이템이 큰 도움이 됐다고 자주 말했다.

이 회장은 한걸음 나아가 주일 한국대사들을 일본 거물들과 연결시켜 줘 한국이 기술 도입이나 차관을 얻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도록 했다.

골프를 통해 ''민간 외교관''역할을 한 셈이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이 회장을 접하면서 경외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은 이 회장을 두고 동방예의지국에서 가장 지혜롭고 예리하고 예의 바른 멋진 신사라고 평했다.

이 회장은 일본사람들과 골프를 하면서 그 사람이 스윙이나 스코어가 안좋으면 자상하게 가르치면서 라운드를 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맞는 골프채를 사 선물하기도 하고 심지어 레슨프로를 붙여주기까지 했다.

이러니 일본인들이 이회장편이 안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골프장에 오면 마음이 편해져 사교하기 쉽고 여러 정보를 얻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