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상의 '골프 비사'] 박정희 전 대통령 <5> 끝..아부정치인 몰려
지금 기억나는 장면은 군출신이었던 당시 태릉CC 이상국 전무이사에게 "이장군,내가 힘이 되어줄게 없소?"라고 물었다.
박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나한테도 "한코치,뭐 필요한 거 없어"라고 물어서 "저는 됐습니다. 골프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라운드가 끝나면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뉴코리아CC에서도 라운드 후 귀빈실에서 큰 대접에 막걸리를 따라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나서 마신 잔을 다른 사람에게 주며 ''한 잔 받으시오''하면서 잔을 돌렸다.
나는 박 대통령이 상당히 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친밀한 성격을 가졌다고 기억한다.
라운드할 때도 보통 앞 홀을 비워두고 시작하지만 밀려서 앞 팀을 만나게 되면 악수도 하고 "운동 열심히 하라"며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아부하려는 정치인들이 박 대통령 주위에 맴도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심지어 자신은 볼을 잘 치지도 못하면서 환심을 사려고 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치십시오,저렇게 치십시오"하며 레슨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번은 박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머리를 안들지?"하면서 ''헤드 업'' 문제로 고민을 하자 여기 저기서 말도 안되는 레슨을 박 대통령에게 하려고 했다.
그러면 박 대통령은 "한 코치가 잘 가르치고 있으니 당신들은 됐소"라고 물리쳤다.
박 대통령은 내가 볼을 치는 것을 보면 "아! 시원하게 날아가는구만"하면서 찬사를 했다.
박 대통령이 라운드할 때 전화가 자주 왔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와 국가의 중대사에 관한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이후 나는 동남아와 일본 등 외국 골프대회에 자주 참가하게 되면서 박 대통령을 만날 수가 없었다.
내가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1972년이었다.
그해 나는 일본오픈에서 우승을 하고 귀국해 남서울CC 헤드프로로 있었다.
박 대통령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과 남서울CC로 골프하러 왔는데 박종규 경호실장이 인사를 하라며 나를 불렀다.
박 대통령은 나를 만나자마자 악수하면서 "국위를 선양하는 훌륭한 일을 했구만.일본오픈 우승을 축하하네.한 코치는 정말 좋은 선수야.앞으로 계속 열심히 해"라며 격려를 해줬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아직은 골프가 일반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훈장을 주지 못해 아쉽구만.앞으로도 국위 선양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줘"라고 말했다.
그게 박 대통령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정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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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는 고 이병철 삼성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이 시리즈는 매주 화,수,목요일자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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