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꼽히던 한국이 후지쓰배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난 14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개막된 제14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회전에서 한국은 ''세계최강'' 이창호 9단과 ''불패소년'' 이세돌 3단이 동반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 9단을 2백19수만에 백불계로 꺾은 기사는 이름도 생소한 일본의 이시이 구니오 9단으로 올해 60세의 노장.

과거 이 9단이 곧잘 처음 상대하는 기사에게 패점을 기록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이시이 9단의 경우 일본에서 한물간 기사로 여겨지던 터라 주최측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세돌 3단도 대만 랭킹 1위 저우쥔신 9단에게 1백36수만에 대마가 잡히며 돌을 던지고 말았다.

1회전 부진은 2회전에도 그대로 이어져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이 일본의 백전노장 린하이펑 9단에게 2백16수만에 백불계패를 당했다.

한국대표로 출전한 여류 최강 루이나이웨이 9단 역시 일본대표로 나온 조치훈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9단과 ''돌하르방'' 최명훈 7단이 8강에 올라 그나마 한국팀의 체면을 살렸다.

조 9단은 중국의 무서운 신예 쿵제 5단을 단 1백21수만에 흑으로 제압했으며 최 7단도 1회전에서 일본의 본인방 왕밍완 9단을 누른 데 이어 2회전에서 일본 랭킹 1위인 왕리청 9단을 접전 끝에 반집으로 물리쳐 한국팀의 희망이 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