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교통방송 ''김성환·김지선의 9595쇼''를 10년간 진행해온 ''구수한 목소리''의 탤런트 김성환씨.

그는 92년 4월 골프채를 잡은 지 5개월여 만에 ''싱글''에 입문했다.

김씨의 첫 싱글 ''입성''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김씨가 5개월 만에 80대를 친다는 소문이 방송국에 나돌자 개그맨 김정식씨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내기를 걸어왔다고 한다.

80대 스코어를 기록하면 그린피에다 저녁 술까지 내겠다고 한 것.

내기 장소는 동서울CC.

김씨는 전반에 43타를 기록했다.

동반자들이 깜짝 놀라 옆에서 ''방해 공작''을 펴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씨는 한술 더 떠 후반 들어 계속해서 파를 잡아갔다.

마지막 홀을 남겨두고 8개홀 연속 파.

이미 승부는 결정났다.

18번홀(파3)에서 파를 잡으면 79타로 싱글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씨의 티샷은 뒤쪽이 높은 그린을 맞고 데굴데굴 앞으로 구르더니 그린턱에 걸렸다.

퍼터로 친 세컨드샷은 토핑이 나면서 홀을 10m나 지나쳐 버렸다.

급한 내리막 퍼팅인지라 포기하고 쳤는데,웬걸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가 버렸다.

80타대 스코어를 확인하려고 왔다가 싱글을 기록해버린 것이다.

바둑(1급) 당구(5백) 탁구 수영 등 ''잡기''라면 구슬치기,자치기라도 남보다 잘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김씨는 골프를 시작한 지 5개월 동안 매일 연습장에 살다시피하며 집중적으로 골프를 연마했다.

비디오테이프를 닳도록 보면서 똑같이 흉내냈다.

심지어 잘 잊어먹는 내용을 팔뚝에 쓰고 다녀 남들이 배꼽을 쥐고 웃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티를 찾자''고 썼는데 이유인즉 드라이버샷을 하고 난 뒤 티가 떨어진 위치를 먼저 파악하고 볼을 보라는 것.

즉 머리를 들지 말라는 뜻이다.

김씨는 드라이버나 아이언샷을 연습할 때 1백m만 보내는 데 주력하라는 독특한 조언을 했다.

"드라이버로 1백m를 보내려면 절대 힘을 주고 칠 수가 없죠.자기도 모르게 살살 치게 됩니다.이런 타법이 몸에 익으면 헤드무게로 부드럽게 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그 다음에 스윙을 좀 크게 하면 거리가 납니다.아이언도 마찬가지죠"

김씨는 어프로치샷을 할 때도 절대로 깃대를 겨냥하지 말고 그린을 넓게 보고 치라고 강조한다.

깃대를 보면 자꾸 욕심이 생겨 미스샷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싱글''이 되려고 집착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다.

"싱글이 되려면 최소한 1주일에 2∼3번 필드에 나가야 하는데 주말골퍼가 그랬다가는 정말 가족이 모두 떠나버린 ''싱글''이 되고 말아요.골프는 즐겁게 쳐야 합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