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4·아스트라)의 우승은 새해 벽두 ''제2의 IMF설''과 ''15년 만의 혹한''으로 뒤숭숭하던 국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 낭보였다.

골퍼들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박세리의 쾌거에 박수를 보내며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다.

박의 이번 우승은 지난 98,99년 4승씩을 올린 뒤 지난해 무승으로 세계팬들의 뇌리에서 멀어져가던 그녀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개막전 우승은 이례적이다.

미 PGA투어에 타이거 우즈(26)가 있다면 LPGA투어에는 박세리가 있음을 알리는 서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승상보=최종일 경기는 박세리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한판승부였다.

박은 2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3위였다.

그러나 선두는 무명이었고 2위 로라 데이비스는 기복이 심한 선수였으므로 박의 우승 가능성은 높은 편이었다.

3,4번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교환한 박은 5번홀(파5)에서 7.5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퍼팅에 자신감을 가진 박은 이후 8∼11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낚으며 단독선두를 달리던 페니 함멜(39)에게 1타차로 따라붙었다.

9번홀(파4)에서는 드라이버샷을 미스한 후 27m 지점에서 3온을 시도한 게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가 ''칩샷 버디''를 잡아내기도 했다.

함멜이 13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동타가 되자 박은 바로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박은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미스했으나 6m 지점에서 칩샷을 또 다시 버디로 연결시켰다.

상승세를 탄 박은 16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기록,추격을 봉쇄하며 4타차 여유있는 우승을 일궈냈다.

김미현(24·ⓝ016)의 성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올즈모빌클래식부터 8개 대회 연속 ''톱10''(세이프웨이챔피언십 우승 포함)에 들었다.

◆시즌 최다승에 도전=박은 시즌 개막 전 올해 8승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무관으로 추락한 자신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캐리 웹(27·호주)이 달성한 7승 기록을 넘어서겠다는 얘기다.

박은 지난해 웹이 승승장구할 당시 "소렌스탐에 이어 웹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다음은 바로 나"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박은 이제 웹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여자 타이거 우즈''로 우뚝 서는 게 목표다.

아직 우승하지 못한 메이저대회 나비스코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석권해 사상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