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팀을 맡으면 굉장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스코어입니다.

손님들도 스코어 깎아주는 캐디를 제일 좋아한다면서요? 그럼 저는 ''기피 캐디 1호''로 뽑히겠군요.

흐흐흐.솔직히 저도 꽤 스코어를 깎아주는 타입인데 손님들은 저보고 "정말로 짜다.언니 구두쇠 맞지? 맞지?" 그러더군요.

시합팀의 특징.첫째 첫 홀은 무조건 ''올(all) 보기''로 한다.

''인터내셔널 로컬룰''이라고 말하더군요.

근데 요즘은 ''올 파''로 하는 시합팀이 엄청나게 많아요.

가끔 더블파를 하고도 올 버디를 외치는 얼굴 두꺼운 아저씨들도 있지요.

둘째 더블파했는데 그대로 적으면 그날 미운 털이 박히게 됩니다.

괜히 눈치없다고 구박당하고….어쨌든 시합팀들은 실제 타수보다 스코어카드의 기록에 무지무지하게 신경을 쓰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어느날 새벽.아저씨 네 분과 함께 동 아웃코스로 향했죠.아저씨들,첫 홀을 끝내고 올 파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줬습니다.

파5 두번째홀.상당히 많이 치고 볼도 많이 잃어버리고 그린에 온 거 같은데 거기서도 "언니야,이번에도 올 파다" 이렇게 전반을 돌고 스코어카드를 보니 네 명이 모두 이븐파더군요.

한 아저씨는 스코어카드에 그려진 무수한 동그라미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언니야,오늘은 안개가 많아 버디를 못한다"

어떤 아저씨는 시합 도중 똘똘 뭉쳐 "너는 롱기스트,나는 니어리스트…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하기도 하죠.특히 시합팀 마지막 조가 많이 저지르는 ''비리''지요.

이런 아저씨도 있어요.

"언니야.내가 이번에 79타를 치면 우승이야.나 상 한번만 타게 해주라.응?" 그렇게까지 상을 타고 싶은지….심지어 은근슬쩍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아무도 모르게 스코어 좀 깎아달라고 협박하는 아저씨도 있죠.

진짜로 황당했던 일은 아줌마 세 분이랑 라운드할 때였죠.한 아줌마가 파5홀에서 더블파를 했어요.

전 잔인하게 스코어카드에 5자를 그리지 않고 많이 깎아서 3자를 그려줬지요.

더블파를 트리플보기로 적어줬으니 아줌마가 좋아하겠지 하면서요.

라운드가 끝나고나니 더블파를 줄여 만든 트리플보기가 3개 정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 3자를 보더니만 "아니,언니야.내가 언제 트리플보기를 했다구 그래? 나 이렇게 많이 안쳤어.진짜 이상한 언니네"라고 하더군요.

정말 뻔뻔한 아줌마 아닌가요.

< 레이크사이드CC 캐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