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고 살 만큼만 사랑하면 언제나 당장 끝이 난다.

나를 버려야 그가 내게로 온다''

가을 감수성을 자극시키는 작가 노희경씨의 글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지 않으면 안되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 당장 망가지고 마는….

첫 번째 파3홀에서 더블파로 여섯타만에 끝낸 나는 절망적인 스코어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뒤팀의 웃음소리,그늘집을 건너뛴 굶주림 등이 핑계거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두 번째 파3홀에서도 나는 또 여섯타만에 끝냈다.

이번엔 꼭 파를 잡고야 말겠다는 욕심이 한껏 들어가 토핑을 내고 만 것이다.

도피할 궁리와 마음을 비우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14홀 동안 2오버파를 치며 남은 네 홀만 잘 버티면 우승이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보기 두 개에 파 두 개만 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알고부터 그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블파를 범하며 결국 79타로 우승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우승을 떠나 보낸 후 하는 그의 후회.

"보기 두 개만 하면 우승한다는 걸 안 순간,한번도 해보지 못한 이븐파 72타를 달성하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골프는 왜 욕심을 부리면 안되는 걸까요?"

얼마 전 대회에서 한 교수님과 한조가 되었다.

입문한 지 얼마 안되는 분이었지만 대회에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그간 열심히 연습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연습을 많이 했으니 볼은 분명히 잘 맞을 것이다''는 당위성을 갖고 시작해 샷에 번번이 힘이 들어간 것이다.

끝까지 연습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그 교수님은 힘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골프는 왜 마음먹은 대로 안되는거죠? 차라리 골프가 필기시험을 치러서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평생 공부만 열심히 하면 뭐든 잘되는 분이셨는데 마음과는 반대로 가는 골프가 너무 안타까워 하신 말씀이다.

골프가 필기시험으로 치러서 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룰과 기술적 레슨외에도 얼마나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할까?

동반자 분석 심리학,힘의 원리,기후와 토양,1백 가지 핑계와 변명법,배반의 역사,그리고 사랑학 개론에서 마음 비우기학까지….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