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별 이유없이 부으면 몸이 피곤해 신장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표시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같은 부종이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성신부전의 초기증상이라면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만성신부전은 무심코 방치해둘 경우 신장의 여과기능이 정상 신장의 5% 이하로 떨어지는 말기신부전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지난 98년말 현재 국내 말기신부전증 환자 가운데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는 1만3천4백73명, 복막투석환자가 3천9백12명, 신장이식수술을 받는 환자는 9백4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병은 자고 일어났을때 얼굴이 푸석푸석하게 부어 있는게 증상의 전부다.

주기적으로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지만 대충 검사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신장병은 신장 조직의 3분의 2 가량이 망가질 때까지도 이렇다할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예방차원의 정밀검사를 통해 조기에 치료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장병의 실태와 치료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 신장병의 종류 =신장 방광에 세균이 감염되는 급성과 면역과잉 당뇨병 고혈압 약물 독소 등에 의해 유발되는 만성질환으로 구분된다.

급성은 항생제 등을 사용해 큰 어려움없이 완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장병은 만성질환에 국한된다.

만성신장병은 다시 신장염(사구체신염) 신증후군 신부전으로 세분화된다.

신장염은 신장의 기본단위이면서 노폐물 필터의 최소 규모라고 할수 있는 사구체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전체 신장병의 60~70%를 차지한다.

외부에서 유입된 병원균이나 이물질에 대한 지나친 항원-항체간 면역반응으로 인해 염증이 유발된다.

부종과 혈뇨 단백뇨를 보이기도 한다.

유난히 소변에 거품이 많다거나 소변 색깔이 진해지면 증상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땐 즉시 치료받아야 한다.

신증후군은 전신부종, 과량의 단백뇨, 혈중 알부민치 감소, 고지혈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군으로 환자의 90% 이상이 어린이들이다.

조직검사상 <>미세변화형 <>국소분절성 사구체경화증형 <>막성증식성 사구체신염 등으로 나뉜다.

미세변화형은 사구체막에 둘러쳐진 음전하막이 손상돼 음전하를 띠는 알부민이 혈액에서 오줌으로 빠져 나가는 단백뇨를 일으키는 질환.

최근 약물요법이 발달하면서 수개월간의 치료로 90% 정도는 완치되고 있다.

국소분절성은 미세변화형보다 사구체 기저막의 손상 정도가 심해 치료 가능성이 훨씬 낮다.

약 85%가 만성질환으로 진전된다.

막성증식성은 기저막에 항원항체복합체가 침착돼 막이 두꺼워지면서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로 역시 난치성에 가깝다.

이밖에 선천적으로 신장에 물혹이 생기면서 신장조직을 파괴해나가는 다낭신과 당뇨병 고혈압 등에서 비롯된 2차성 신질환이 있다.

만성신부전은 이같은 질환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5~15년이 지나면 합병증으로 옮겨간 경우를 일컫는다.

부종 단백뇨 외에 빈혈 구취 식욕감퇴 고혈압 골다공증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늦었지만 원인질환과 합병증을 열심히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되거나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말기신부전이 되어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전문적인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 원인과 예방 =사구체신염은 의학적으로 확실한 원인을 아직 모르는 상태다.

그러나 병원균 감염을 막고 신장의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약물을 삼가하는게 예방책이 된다.

신장 혈관을 확장시킬수 있는 나프록센 등 소염진통제나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약 여성호르몬제 피임약 등이 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신장을 대사경로로 하는 일부 항생제 등은 신장병을 악화한다.

음식을 짜게 먹어 신장을 피곤하게 하거나 이뇨제를 마구 써 신장기능을 무력화하는 것도 삼가야 된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특히 잘 관리해야 한다.

혈압이 계속 높으면 사구체막이 두터워지고 단단해지며 신장기능이 떨어진다.

당뇨병은 단백뇨를 유발해 신장혈관을 퇴행적으로 변화시키고 단백의 유출을 촉진해 빈혈까지 초래한다.

이밖에 심장병 간경변 갑상선기능저하증 통풍 루푸스 임신중독증 등이 혈액 순환을 저하시키고 노폐물배설과 내분비대사를 교란, 부종과 신장병을 유발하게 되므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 주신분=강종명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