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흠 < 방송평론가 >

골드CC 챔피언코스 8번 홀로 들어서는 길목에 드라이버헤드 모양으로 된 조각품이 있다.

방송평론가 겸 골프칼럼니스트인 김선흠씨가 지난 93년 한 라운드에서 홀인원과 이글을 동시에 기록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김씨는 이보다 더 어려운 ''대기록''을 올해 작성했다.

골드CC 챔피언코스 17번 홀(파5).

그녀는 이 한 홀에서만 이글을 통산 10개나 잡은 것.

지난 89년 첫 이글을 노획한 이후 11년간 이룩한 진기록이다.

김씨는 85년4월 클럽을 처음 잡은뒤 3개월만에 ''머리를 얹으러'' 설악프라자CC로 갔다.

1번 홀(파4)에서 그녀는 드라이버샷을 그린앞 20야드 지점에 떨어뜨린 뒤 생전 처음 해본 어프로치샷이 토핑이 됐으나 데굴데굴 굴러가 홀 입구에 멈췄다.

버디였다.

그녀의 ''골프 기록인생''은 입문과 동시에 시작된 것.

그 후 10년간 레슨을 받았다.

또 10년 동안 연습장에서 하루 평균 5백∼7백개의 볼을 때렸다.

어떤 때는 1천4백여개를 때린 적도 있다.

요즘도 1주일에 두번정도 연습장을 찾아 5백개 정도를 친다.

이 엄청난 연습량을 그녀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슨코치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레슨프로들은 결코 전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코치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지 말고 기본기를 익힌 뒤 스윙은 자신이 완성해야 한다"

김씨는 자신만의 감(感)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슬럼프에 빠졌을 때 스윙폼을 고치려 들지 말고 볼이 잘맞을 때 오히려 스윙을 교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의 드라이버샷은 여느 남자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96년 저널컵아마대회에서 우승하고 골드CC회원대회에서 남자와 똑같이 겨뤄 ''톱3''에 들 정도로 실력도 공인받았다.

에피소드 하나.

한창때인 지난 93년의 경험담이다.

"동반자들이 내가 너무 잘 쳐 재미없다고 해서 이번에는 90타 이상을 치겠다고 약속하고 나갔죠.

그래서 전혀 욕심없이 톡톡 볼을 쳤는데 홀인원도 하고 이글도 하면서 74타를 친 거예요.

그때부터 골프는 욕심없이 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가를 절감했죠".

그녀는 핸디캡이 ''싱글''에 근접할 수록 잘치겠다는 욕심이 많아지는데 그럴수록 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백타 이상 치는 초보골퍼들은 2백야드 넘게 나가는 드라이버 샷이나 10㎝짜리 퍼팅도 똑같은 1타라는 사실을 관념적으로 생각지 말고 직시해야 타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그녀이지만 최근 2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도 겪었다.

"골프 잘치는 ''싱글''보다는 진정한 골프마니아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그녀의 희망사항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