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30년이 넘었다.

오랫동안 무역이나 해외사업 부문의 일을 하는 바람에 만나는 사람이 많았다.

당연히 접대다 뭐다해서 술과 접할 기회가 누구보다 많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술을 강권하는 것이 예의인 것으로 생각해 술자리는 늘 과음으로 치닫고는 했다.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마시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술로 인해 다음날 출근을 못한 적이 없다.

이런 나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강한 체질이라느니 타고났다느니 부러워한다.

나도 농담삼아 뼈대있는(?)집안이라 강단이 있다고 받아치곤 한다.

나는 사실 강골 집안에서 태어났다.

선친께서도 무척 단단하셨거니와 조부께서는 더 강건한 체질이셨다.

그러나 술에 이기는 장사 없다고 몸만 믿고 무리하다 큰 탈이 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나는 숙취를 이기는 나름대로의 건강법을 갖고 있다.

유산소 운동으로 땀을 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반드시 아침 조깅으로 땀을 뺀다.

30분 정도 달린 후 흘린 땀을 샤워로 씻어내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

아침 조깅은 93년부터 한국아식스(주) 대표로 근무하면서 더 철저한 버릇으로 굳어졌다.

회사가 여의도에 있어 매일 아침 6시면 직원들이 고수부지에 모여 같이 뛰었다.

그 때부터 나는 멀리 여행을 가더라도 운동복과 조깅화를 가지고 간다.

지난달 지방 출장에서도 광주 무등호텔 뒷산 봉우리와 부산 동백섬의 새벽을 땀으로 즐겁게 맞이했다.

나는 편안하게 매일 3-4Km정도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운동목표를 너무 높게 잡고 집착해 오히려 병을 얻은 사람을 많이 보았다.

나는 조깅이 힘들다고 생각되는 날은 걷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것마저 힘들면 반좌욕을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요즘은 골프를 업무의 연장이 돼 집사람과 함께 근교 산을 등산할 기회가 적어져 아쉽다.

그러나 기회만 주어지면 함께 산을 오르곤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골프는 노인들의 운동인 것 같다.

그러나 연습장에서의 훈련은 어느 운동 못지 않다고 생각된다.

젊은 후배들에게 돈이 많이 드는 라운드 욕심은 버리고 노후를 위해서 연습장에서 잘 배워두라고 조언한다.

돌이켜보면 꽤 큰 병에 걸린 적도 있었다.

한화의 홍콩 지사장으로 일하던 때다.

빨리 실적을 올리려는 욕심이 신경성 위장염을 가져와 궤양까지 앓았었다.

큰 고생을 한 후부터는 동적인 운동 못지않게 정적인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음악이나 미술작품 감상에 대해 어떤 경지를 이루거나 시를 쓰거나 붓글씨 그림을 그린다거나 난을 키우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러한 정신활동을 취미로 가지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다행히 천주교회에 나가 매주 기도를 드리고 성체조배(요가와 같은 명상활동)를 하는 것으로 이러한 정적인 정신활동을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