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환절기에 접어들고 있군요.

건강관리 잘 하세요.

요즘 아프면 갈 데도 없는데….

어서 빨리 의사분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서 아픈 사람을 돌봐줬으면 좋겠어요.

동 아웃코스.

눈에 익은 손님이름을 받았지요.

손님도 저를 보자마자 "그 언니네.얼굴에 점…"하며 알아보시더군요.

제 입술 위의 점이 인상적인가 봅니다.

생각해보니 지난번 퍼블릭코스에서 만났던 네 분의 의사들이었어요.

그런데 한 분이 제게 슬그머니 다가오시더니 "승희씨,우리 의사라는 거 비밀이야.의사라는 거 알면 우리 욕먹어"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의약분업으로 인한 폐업투쟁을 하고 있는데 골프치러 나오신 게 죄스럽게 생각이 됐나 봅니다.

사실 지금 여기에 있으면 안되고 집회장이나 진료실에 있어야 하니까요.

지난번보다 실력이 늘었겠지 생각하며 라운드를 시작했죠.

하지만 계속 OB를 내면서 전혀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근데 이상한 것은 OB볼을 찾으러 가면 볼이 전혀 안보이는 거예요.

또 해저드만 보면 거의 그곳으로 직행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해야할 일을 안하고 골프치러 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더군요.

한 번은 카트가 넘어져 제 손목이 꺾였는데 외과의사분이 즉석진료를 한 뒤 약국에서 파스를 사 붙이라고 하더군요.

''진료는 골프장에서 의사에게,파스는 약국에서 약사에게…'' 이게 의약분업인가.

천신만고 끝에 도달한 마지막홀.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집에서 온 전화인지 "그래.애들이랑 먼저 수영장 가 있어.내가 거기로 바로 갈게"

골프 끝내고 수영하러 가시나봐요.

"수영장 같이 안갈래?"

"글쎄.회진 안돌아도 될까?"

"회진은 돌아줘야 하지 않을까?"

나름대로 고민들은 많은가 봅니다.

마지막홀을 화려한 OB쇼로 마무리한 뒤 일을 정리하면서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에 몹시 울적한 하루였습니다.

태광CC 안승희 www.golf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