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유능한 중견간부인 40세의 K씨는 요즘 불안하다.

회사 접대일까지 자진해 도맡았던 그는 덕분에 승진도 빨랐지만 고약한 술버릇이 생겼다.

술 마시는 날이 늘었고 한 번 술을 마시면 3차까지 가야 직성이 풀렸다.

게다가 술자리가 파한 후에도 혼자 한 잔 더하고 주위 사람들과 싸우는 버릇까지 생긴 것이다.

K씨 부인은 알코올중독 같다며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중독자라면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컬러스 케이지를 연상하곤 한다.

지저분한 몰골에 술병을 손에 든 채 공원 벤치에 쓰러져 자거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을 단숨에 들이켜는 부랑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알코올중독은 술로 인해 육체 및 정신건강,사회적 또는 직업적 기능,가족관계 등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일컫는다.

가족으로부터 ''이제 술 좀 작작 마셔라''''지겨워서 못 살겠다''는 불평을 듣는 순간 그는 알코올중독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경증 이상의 알코올중독자가 음주 인구의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기 알코올중독자는 입원하지 않고도 상담 및 약물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 남궁기 연세대 교수 광주세브란스병원 정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