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도 아니요, 부부문제 전문가도 아니지만 직업상 남녀의 방중지사(房中之事)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한국 남성들의 공통된 문제는 너무나 "자기위주"라는 점이다.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이라서가 아니다.

남녀 성생리의 차이에 대한 지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지도 때로 죄가 된다는 사실.

"아는게 힘"이라고 했다.

침상에서도 많이 아는 사람의 정력이 세다(?)기보다는 적어도 센 것처럼 보인다.

침대 위 행동 강령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일러주는 까닭이다.

제1계명은 기준을 그녀에게 두라는 것.

코미디 방송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미국의 어느 코미디언이 이렇게 말했다.

"관객을 웃기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내게 재미있는 모든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섹스도 마찬가지.

이러면 좋아하겠거니 저러면 자지러지겠거니 하는 지레짐작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남성에게 편한 자세가 여성에겐 체벌이나 다름없을 수도 있다.

삽입 시기도 여성의 기준에 맞추어야 좋다.

여성은 아직 악기를 조율하고 있는데 남성은 연주를 다 끝냈다고 주섬주섬 악기를 챙기고 있다면 그 이상의 불협화음은 없다.

누구에게 기준을 두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제2계명은 코스 식사법을 익히라는 것.

여성에게 있어 섹스는 만찬과 같다.

적어도 전채 주요리 후식이라는 기본 3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밥상 하나에 숭늉까지 올리는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 남성들은 특히 코스 요리에 약하다.

식생활은 신토불이가 바람직하겠지만 침대 위에서는 코스 식사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먼저 전채로 입맛을 돋우듯이 충분한 전희를 통해 여성의 오르가슴 봉(峰)을 향한 등반 루트를 절반 이상 답파(踏破)하도록 해야 한다.

여성이 전채를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되면(물론 1계명에 따라 기준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비로소 정상 정복에 나선다.

그리고 마무리.

남자는 등산도 빠르지만 하산은 거의 즉각적이다.

그러나 등산만큼이나 긴 시간을 들여 하산을 즐기는 여성을 위해 썰물이 빠져 나가듯 뿌듯한 여운이 사라질 동안 함께 해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나이트게임은 골프보다 룰이 복잡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 두 가지 원칙을 충실히 지켜 나간다면 남녀 혼합 복식게임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준 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