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신설골프장 경영자들이 도움말을 청하는 수가 있다.

"명문 골프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때의 대답은 너무도 쉽다.

"맨 처음부터 골프장 문화를 잘 정립하면 됩니다.

한마디로 원칙을 정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원칙을 지키면 돼요".

여러 측면이 있지만 이 말의 핵심은 부킹에 있다.

처음부터 원리원칙대로,규칙대로 부킹을 실시하면 명문이 되고 부킹질서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명문이 불가능하다는 것.

부킹의 속성은 너무도 묘하다.

열번 부킹해 준후 한번 거절하면 그 다음부터 담당자는 "천하의 나쁜 사람"이 된다.

지금껏 부킹해줬으면 이번에도 해줄 수 있는건데 갑작스런 거절은 맘이 변했다는 시각이다.

부킹을 부탁하는 사람은 그 사람입장에서 한 사람이다.

그러나 부탁을 받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모여 열명이 되고 백명이 된다.

거절하는 사람은 백명 공통이지만 거절 당한 사람은 100% 자기만 젖혀 놓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범라운드때부터 "오로지 원칙대로..."를 고수하면 남은 1백년이 편하다.

처음엔 고생 좀 한다.

골프장 비즈니스가 워낙 걸리는데가 많아 숱한 압력이 들어 온다.

그 압력을 처음부터 물리치면 "그 골프장은 아무리 찔러도 안돼"라는 인식이 차츰 자리잡는다.

그것이 원칙대로 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같은 문화정립에 성공한 골프장도 꽤 많다.

"회원이 많은데 어떻게 주말부킹을 다 해 주느냐"는 논리는 변명에 불과하다.

회원들이 원하는 건 딱 한가지,공평성이다.

한달에 한번도 좋고,일년에 한번도 좋지만 "내가 손해보지 않는다"는 점만 확실하면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엊그제 "회원이라도 주말부킹 보장의무 없다"라는 판결이 있었다.

이번 소송은 "경각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원칙대로" 문화가 골프장에 정립돼 있다면 소송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 김흥구 객원전문위원 골프스카이 닷컴대표 hksky@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