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무척 좋아하는 한 주부에게 고민이 생겼다.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갑자기 학교를 중퇴하겠다는 것 때문이었다.

공부도 잘하는 아이인데 왜 그럴까하며 이유를 물어보니 "기부금"을 못내서 학교에 못가겠다는 것이다.

같은 반의 라이벌인 아이는 엄마가 학교에 기부금을 내서 실기성적이 좋게 나오고,고작해야 1년에 한 두번 음료수 내는 것이 고작인 엄마 때문에 자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기성적에서 마이너스를 당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골프를 그만 두더라도 기부금을 내야 하나?"

골프를 중년의 낙으로 알던 그 주부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좋은 날,필드에 나갈 엄두도 못내고 시험 공부하는 딸의 뒤꼭지만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싼 옷,비싼 채로 휘휘감은 사모님들이 필드에 나와 왕비처럼 거닐며 볼치는 것이라는 시각.

유독 우리나라는 아줌마가 운전하고,아줌마가 골프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사실 골프장에는 극도로 사치스러운 사모님들이 있다.

하지만 일부일 뿐,그것이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다른 주부의 말이다.

나는 이 의견이 일반적인 주부골퍼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들 필드한번 나가려면 회사의 온갖 눈치를 보고 갖은 핑계를 대야 하듯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라운드 전날은 아이들 간식을 미리 준비하고 저녁반찬도 미리 만들어놓고,밀린 빨래나 다리미 거리를 챙기며 얼마나 부산하게 움직여야 하는지 몰라요.

다른 주부들이 쇼핑을 낙삼을 때,우리들은 작은 차에 골프채 싣고 다니며 9홀짜리 퍼블릭 가는게 낙이거든요"

일,이천원 더 싼 채소를 사기 위해 먼 시장을 마다않는 주부들에게 사실 필드는 큰맘 먹어야 한달에 한두번 가능하다.

비록 그늘집 눈치보느라 싸간 도시락을 마음조이며 풀어놓지만,큰 맘먹고 온 곳이기에 골프를 치는 동안만큼은 우아한 왕비가 되고 싶은 것이다.

여고동창생들이 모여 맑은 공기와 잔디를 누리며 볼을 치는 장면,딱-딱- 볼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수다가 까르르 퍼져나가는 풍경.

이만큼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풀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골프를 쳐야할까,기부금을 내야할까?"로 고민하던 주부는 이런 조언을 받고 다시 명쾌하게 필드로 나갔다고 한다.

"어린 딸에게 기부금의 속성을 배우게하는 것보다는 실력으로 정면돌파하게 하는 방법을 말해줘라.

그리고 좋아하는 골프 못치고 집안에서 우울하게 지내는 것보다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골프는 계속 쳐야 한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