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 골프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분명 네명으로 출발한 여자팀이 전반 몇홀이 지나자 세명으로 줄어있었다.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서 한분이 빠진 것이냐고 묻자 "아니에요.

스코어 계산이 잘못됐다고 화내더니 그냥 집으로 가버렸어요"라는 것이었다.

트리플보기냐,더블보기냐를 두고 다른 팀원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더 이상 못치겠다면서 경기를 그만둔 것이다.

좋은 일도 많이하고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분이었는데 스코어 한점 때문에 토라져서 짐을 싸버리다니...

이 점이 내가 느끼는 또 하나의 "골프 스트레스"다.

평소엔 양처럼 순하고 선비처럼 점잖은 사람도 골프채만 잡으면 왜 그렇게 히스테릭해질까.

"내가 혹시 이말을 하는게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매번 조심스러워야 하기 때문일게다.

티샷한 볼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못보고 그저 습관처럼 "굿 샷!"을 외치다가 낭패를 본 적도 여러번 있다.

볼이 방향이 틀어져 OB가 나거나 벙커에 빠져버리면 "굿 샷"이라고 외친게 본의아니게 비아냥거린 꼴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엔 둔감할 정도의 성격인데도 필드에만 가면 어느새 히스테릭한 여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퍼팅 잘 하시네요"라는 말은 그냥 넘기지만 "퍼팅은 잘하시네요"라는 말은 "퍼팅 빼고 다른 샷은 형편없군"으로 해석하며 씩씩거리기 일쑤이니 말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골프 선배들로부터 "이런,이런 말에는 화내는 것임"을 은연중에 답습한 결과이기도 하다.

바깥세상에서 들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말을 골프장안에서 들으면 토씨 하나에도 민감해하는 것.

골프를 잘 치겠다는 욕심이 그렇게 골퍼들을 민감하게 하는 것일까?

골프는 사람의 심리를 테스트하는 "리트머스지"같다.

하지만 그 리트머스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때로는 골프치기가 부담스럽다.

어차피 즐기자고 하는 운동인데 말이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