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의 신"은 역전드라마를 원치 않았다.

콧대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GC도 97년 타이거 우즈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유색인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말았다.

2000년 첫 메이저 대회의 주인공은 비제이 싱(37.피지).

싱은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제64회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3라운드의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백78타로 정상에 올랐다.

마스터스는 처음 우승이고 메이저대회는 98USPGA챔피언십에 이어 두번째 정상 등극이다.

미PGA투어는 8승,프로통산으로는 27승째다.

우승상금은 82만8천달러(약9억1천만원).

<>.싱의 우승은 이날 아침 감지됐다.

전날 일몰로 3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싱은 데이비드 듀발과 함께 아침에 4개홀 경기를 속개했다.

싱은 15,16,17번홀에서 연속 보기위기에 처했으나 1.5m,2.5m거리의 파퍼팅을 모두 성공시켰다.

결과론이지만 그중 하나라도 실패했으면 4라운드에서 우승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싱의 상승세는 4라운드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동반자는 세계랭킹2위 듀발.

경기시작전 싱과 듀발의 간격은 3타였다.

듀발이 2번홀(5백75야드)에서 버디를 잡고 싱이 3번홀(3백50야드)에서 그린미스로 보기를 범하면서 두 선수의 타수차는 1타로 좁혀졌다.

싱의 살얼음같은 리드는 전반이 끝날때까지 지속됐다.

승부의 분수령은 "아멘코너"의 마지막 관문인 13번홀(파5.4백85야드)이었다.

길이는 짧지만 그린앞에 개울이 있어 버디나 이글기회가 보기나 더블보기로 변할 수 있는 홀이다.

싱은 장타자답게 투온에 버디를 낚았다.

중간합계 9언더파.

반면 듀발의 아이언세컨드샷은 "푸시"가 되며 그린앞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1벌타 드롭끝에 4온2퍼팅으로 보기.

선두 다툼을 하는 두 선수중 하나가 버디,하나가 보기를 하면 그 차는 2타가 된다.

싱과 듀발은 단숨에 3타간격이 되며 사실상 승부가 가름났다.

듀발로서는 "이지홀"인 13번홀의 보기가 "메이저대회 첫승"의 꿈을 날려 보낸 곳이 됐다.

그는 지난98년(2위)에 이어 또다시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합계 6언더파 2백82타로 로렌 로버츠와 함께 공동3위.

어니 엘스는 이날 데일리베스트(68타)를 기록하며 합계 7언더파 2백81타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타이거 우즈(25.미)는 "최종일 역전드라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98조니워커클래식에서 8타차,올해 AT&T프로암에서 5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한 전력이 있는 우즈에게 최종일 선두와의 6타 간격은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의 부담때문인가.

아니면 선두권이 세계랭킹 10위권의 중량감있는 선수들이어서 그런가.

우즈는 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선두 싱에게 3타차까지 접근했으나 더이상 타수차를 줄이지 못했다.

천하의 우즈라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려면 97년처럼 초반에 선두로 나서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다.

우즈는 이날 3언더파 69타(버디5,보기2)를 쳤다.

합계4언더파 2백84타로 단독5위.

<>.최종일 인상깊은 플레이를 한 선수는 로렌 로버츠(45.미).

로버츠는 이날 3언더파 69타,합계6언더파 2백82타로 공동3위를 차지했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많고 드라이빙거리(평균2백50야드)도 짧은 로버츠가 마스터스에서 자신의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퍼팅기량 때문.

그의 퍼팅 실력은 "그린의 보스"라는 별명에서 보듯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퍼팅부문(홀당 1.50개)에서 출전선수중 수위를 차지했다.

최종일 장타자 엘스와 함께 플레이하면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쏙쏙 집어 넣는"퍼팅 때문이었다.

골프에서 퍼팅이 얼마나 중요한가.

오거스타GC처럼 그린이 빠른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ksmk@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