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분 < 방송작가 >

나는 가끔 상처받는다.

볼이 뜻대로 맞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골프장 라커룸에서도 상처를 받곤한다.

나와 친한줄 알았던 골프가 어쩌면 나와는 안어울리는 스포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다.

나는 엄두도 못낼 고가 브랜드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휘휘 감은 사람을 라커룸에서 만난 날,그늘집에서 식사하는 것도 주춤거렸던 나로서는 화도 나고 소외감도 느껴진다.

의기소침해하는 내게 한 선배께서 조언했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돈을 한꺼번에 많이 번 사람들이 발산을 골프로 하려는 경향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돈자랑하러 골프장에 오는 사람들..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죠.

요즘 골프장에서도 그런 골퍼들 알게 모르게 따돌림 당하거든요.

그런 것에 스트레스 받으면 같은 부류가 되고 마는거예요"

맞는 말이다.

내 주위의 동료나 선배들은 몇 주를 벼르고 별러 소풍오는 기분으로 골프장으로 향하고,또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드라이버 하나를 장만하는 소박한 골퍼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골프가 좋아서 즐길 뿐이지 돈자랑을 하기 위해 골프를 치는 사람은 없다.

며칠전 한 캐디아가씨로부터 그날 만난 여자 손님에 대해 들었다.

골프채 헤드커버를 밍크로 만들어씌웠다 했더니만,아니나 다를까 티샷하기전에 반지와 시계를 빼주며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합하면 2억원어치니까 조심해서 간수해달라고.

그 캐디아가씨는 그 손님이 부럽기는 커녕 한심하고 짜증나는 손님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대체 그 비싼걸 왜 골프장에 하고 오는거죠?

18홀 내내 시계에 신경쓰느라고 일도 손에 안잡히게.

제가 그 손님 얄미워서 거리도 대충 봐주고 클럽 선택도 그냥 집히는 대로 해준거 있죠?"

캐디아가씨의 말이 귀여워 한참을 웃었다.

한 마리 미꾸라지가 온 우물을 흐려 놓듯 1백명중 한명일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 때문에 골프가 매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사람에 비해 골프장 한번 가는 것을 생활의 낙으로 알며,쪼개고 쪼개 골프를 즐기는 소박한 골퍼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