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나이웨이9단은 역시 철옹성이었다.

"소녀기사"조혜연2단의 끈질긴 공격을 적절히 차단하며 백진을 유린하는
노련미를 발휘, 흥창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의 우승패를 안았다.

조2단은 비록 졌지만 루이9단에게 값진 1승을 챙겨 차세대 바둑여왕으로
등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루이9단은 배수진을 치고 나온 듯 초반부터 조2단의 공격에 강수로
되받아쳤다.

조2단은 실지만회를 위해 여러차례 승부수를 던졌지만 루이9단의 노련한
타개책에 말려 큰 효과를 얻지 못한채 무릎을 꿇었다.

"백전노장"루이9단은 물러서지 않고 초강수로 맞선 결과 우변에서 조2단이
백마를 살렸지만 루이9단이 흑세력을 구축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중앙전투 결과로 백은 좌변에서 집을 쌓고 우변의 흑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으나 패착으로 역전의 기회를 놓쳤다.

루이9단은 우상변에서 정리가 된 뒤 좌변 백진을 유린해 불계승을 거뒀다.

<>.황염3단은 이날 검토실에서 조2단에 대해 "어린 나이"가 최대 강점이라고
표현했다.

황2단은 "여자는 스무살이 넘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며 "조2단은 부담없이
자신감있게 둔다"고 부러워했다.

또 루이9단은 나이가 많지만 자식이 없어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이번 대국은 루이9단의 경험과 조2단의 패기싸움이라고 평가.

<>.한국기원은 흥창배 결승3번기가 진행되는 동안 두 가지 문의전화가
가장 많았다고 공개했다.

후원사 흥창이 어떤 회사인가 하는 것과 조2단이 우승할 경우 9단으로
승단하느냐가 그것.

흥창은 통신장비생산 및 대체에너지개발업체로 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흥창배 출범이후 일부 프로기사들이 이 회사 주식을 샀다고 한국기원은
설명.

또 조2단의 승단은 규정에 여자대회를 언급하지 않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조2단은 대국을 별로 의식하지 않은 듯, 전날에도 보통때처럼 방학중인
남동생 건희(14)군과 컴퓨터게임을 즐기며 놀았다고 어머니 황연숙씨는
말했다.

반면 루이9단의 남편 장주주9단은 루이가 2차례의 결승 대국을 치르면서
매우 지쳐 식욕이 감퇴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결승3국이 벌어지자 루이9단은 대국 중반때까지 안색에 큰 변화가
없어 위기를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는 게 기사들의 전언이다.

< 유재혁 기자 yoo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