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럽선택 (上) ]


30년만에 귀국해 보니 한국에서도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
골프인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상당수의 골퍼가 자신의 체형에 맞지 않는 고가의 외제클럽을
사용하는데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1994년 필자가 잠시 귀국 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미국에서 온 골프박사로 소개되어)모 기업 회장님의
필드레슨을 하러 나갔다.

친구 녀석이 잘 보여야 될 사이인 것 같아 내 나름대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화장실을 간 사이 이 회장님께서 내 줌니에 수표 2~3장을
넣어 주면서 "오늘 좀 잘 봐주게"하는게 아닌가?

친구의 부탁으로 나간 내가 지금은 돈에 팔려온 사람처럼 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수표를 꺼내 다시 드렸더니 그분이 "허허, 이거 미국에서 온
프로인줄 깜박하여 미안하네"하고는 수표 2장을 더 꺼내서 건네 주는순간
마침 그 친구가 나타나 치욕의 순간을 마무리 지었다.

구력이 10년이 넘은 이 분은 스윙은 고사하고 어디서부터 레슨을 시작해야
할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클럽부터(아이언 세트의 라이각도가 너무 업라이트했음) 지적을
했다.

회장님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이 골프채는 자그마치 1천만원이나 주고
산 것인데 몸에 안맞다니요?"라며 언잖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날 나는 목욕도 못하고 친구한테 봉사해가며, 못할 짓 하고 저녁도 굶은채
돌아왔다.

필자가 골프장 몇 군데를 가보니 한국 골퍼 대다수가 외국 골프클럽을
소유하고 있었다.

대충 남자는 50%, 여자는 70~80%가 일본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수소문을 해 국산 클럽을 시험해 보았는데 그 품질수준
에 매우 놀랐다.

그것은 한국 골프수준보다 훨씬 위에 있으니 말이다.

한국 골퍼들은 대개 비싼 해외 브랜드는 무조건 잘 맞고 국산클럽은 싸구려
로 대충 찍어 냈기 때문에 잘 안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골프의 정확도와 비거리는 클럽 가격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체형에 맞는 골프클럽을 사용하는게
정확한 장타의 필수 조건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모든 골프클럽은 가격과 상관없이 숙달된 기능공에 의해 다단계의
과정을 거쳐 손으로 조립된다는 것을 일반골퍼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성능 차이가 다소 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가격에 비거리와
정확도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다.

따라서 골프클럽은 신체조건, 나이는 물론 스윙의 특성까지 고려한 개인의
체형에 따라 샤프트의 유연성, 스윙 웨이트, 각도, 그립의 크기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골퍼들의 몸에 맞는 클럽및 용품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클럽의 구조,
샤프트의 강도, 각도, 무게, 골프볼 등에 대해 설명하겠다.

< 전 미 PGA 티칭프로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