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3.아스트라)가 2000시즌 미국LPGA투어 개막전에서 "수모"를
당했다.

오피스데포 3라운드후 자신의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아 실격
(DQ:disqualified) 처리된 것.

프로골퍼들이 경기에서 실격당하는 일은 가끔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랄수 있는 스코어카드에 사인하는 것을 잊어 실격당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박 선수의 실격이 실수에 의해서인지,자의에 의해서인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 실상은 :대회 3라운드가 열린 16일새벽(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아이비스GC.

레전드코스에서 경기를 한 박은 7오버파 79타를 쳐 합계 21오버파 2백37타
를 마크했다.

80명의 출전선수중 최하위권.

박은 마커가 건네준 자신의 스코어카드를 검토한뒤 "마지막 과정"인 사인을
하지 않은채 경기위원회에 제출했다.

골프규칙 6조6항b에는 "경기자는 마커의 서명을 확인한 다음 자기도 사인해
스코어카드를 제출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를 위반하면 실격.

박은 선수로서 "기본중의 기본"인 사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 왜 그랬나 :박은 경기후 "어이없는 플레이에 흥분해 순간적으로 스코어
카드에 사인하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해명했다.

박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IMG코리아 관계자는 "캐디 제프 케이블과
통화를 했으나 그 역시 "도저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정상급 선수가 스코어카드에 사인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

박이 2라운드에서 미국진출후 최악의 스코어(8오버파 80타)를 기록하는 등
3일내내 부진을 보인데 대한 자괴감끝에 4라운드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박의 부진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회 2주전 바꾼 클럽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박은 아이언은 "맥스플라이"로,드라이버는 "핑"으로 교체한뒤 이 대회에
임했다.

연말연초의 급작스런 귀국이 그의 리듬을 깨뜨렸다는 시각도 있다.

<> 전례는 없나 :박은 좀처럼 골프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수로 정평나
있다.

미국데뷔후 2년동안 지난해 단 한차례 규칙을 위반했을 뿐이다.

그것도 퍼팅할때 시간을 지체했다는 이유였다.

슬로플레이로 2벌타를 받은 것.

한편 캐리 웹도 지난 96년9월 88CC에서 열린 제일모직로즈오픈 2라운드후
사인이 빠진 스코어카드를 제출해 실격당한바 있다.

<> 향후 일정은 :박은 실격후 곧바로 올랜도로 향했다.

다음주 메모리얼네이플스대회에 출전하려는 계획도 포기했다.

그 다음주부터 2주간 대회가 없으므로 박은 3주동안 훈련에 전념하게
된다.

물론 이 기간에 새로 바꾼 클럽에 적응도를 높일 계획이다.

< 김경수 기자 ksm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