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앞에 높인 소도와 대도를 집어든다.

유난히도 검은 내 눈썹이 칼날에 비스듬히 비치는 순간 탁자위에 곱게
접어둔 명주수건을 펴 밤새 묻은 서리 습기를 닦아 칼집에 넣는다.

그리고 몇 분 정도 눈을 감고 오늘 하루도 검인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지내리라 깊은 다짐을 한다.

중학교시절부터 40여년간 검도에 심취해 수련한 필자의 하루일과는 이렇게
시작된다.

모든 스포츠가 기능과 체력에 중심을 두고 외향에 집착한다.

하지만 검도는 내공과 외공을 합류시키고 외공의 한계를 내공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과 진리로 승화시켜 준다.

이 점이 나를 그토록 매료시킨 검도의 길이다.

세상에 많은 스포츠 종목이 있다.

전신운동이라면 수영만한게 없다고 하지만 이에 버금가는 운동이 검도
라고 본다.

체력은 물론이고 강한 기와 정신력까지 요구해 홍익인간을 형성한다는
정신적 덕목까지 담고 있기도 하다.

나는 7단의 고단자다.

그러나 나는 계속 수행의 길을 간다.

바로 검도에서 요구하는 정신적 덕목을 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다.

나이 50이 넘어 근육질을 요하는 과격한 운동보다는 전신에 고루 퍼지는
기를 느낄수 있는 검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인간수양이라는 대명을 달성하게 하는 과정 또한 멋있다.

사업가로서 바쁜 하루를 쪼개 본국검법 일본검법 등을 연마하는 것은 나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연적인 생활의 일부가 돼있다.

상대가 쳐다볼 수 없도록 쏘는 따가운 나의 눈이 언젠가 다갈색으로 변해
상대를 빨아들이는 눈으로 바뀔 때까지 나의 수련은 계속될 것이다.

비록 외롭고 고달프더라도 나의 건강과 존재를 위한 검도수련을 그칠 수
없다.

검인의 정신은 필자가 운용하는 회사의 영원한 문화이기도 하다.

1백30명의 직원 대부분이 검도를 수련하고 있고 이중 20명이 유단자다.

회사내의 총합 단수는 72단에 이른다.

나는 김포신창초등학교와 신창중학교 검도팀을 후원하면서 전국우승까지
이끌어 내기도 했다.

흔히 검도라고 하면 ''쌈꾼''을 연상하지만 고단자는 폭력배에 대한 정당방어
조차 가려서 해야 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도의 깊이가 나로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검을 뽑아 허공을 갈라 보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