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0대 남자가 사무실에서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무언가 들뜨고 흥분되는 일이 있어서다.

거래처의 뇌물이었는지 부하직원의 상납이었는지 아니면 간밤에 들렀던
단골집 김 마담의 선물이었는지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전운이 감도는 아랫도리의 비상상태다.

호기심으로 입에 털어넣은 비아그라가 만들어 낸 의외의 상황.

일이 이렇게 되자 오랜 세월동안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로 항상 눈치를
살펴왔던 아내가 떠올랐다.

이왕이면 내친 김에 아내에게 육보시라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신이야? 지금 당장 집에 가서 기다려. 내 서둘러 갈테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우"

"내가... 드디어 그놈이 일어섰어. 오랜만에 당신에게 보너스 주고 싶어.
시간이 없으니까 가급적 빨리 집에서 만나자구"

"원 농담도... 그녀석 얼굴 본지도 하두 오래 돼서 기억두 안나우. 싱거운
소리 마시구랴"

"정말이라니까"

"아이구, 나 바빠요. 됐으니까 그 보너스 딴 여자한테나 주구랴"

아내를 달래 주는 선무 섹스.

그걸 체념한지 5년이 넘은지라 아내가 농담으로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기꺼이 다른 여성에게 양도하겠다는 것 아닌가.

남자는 허탈하게 수화기를 놓으며 혼잣말처럼 읊조린다.

"이런 제길. 딴 여자라면 비아그라를 왜 먹어. 비아그라 없이도 잘되는 걸"

남성의 속성을 희화화한 농담이다.

아닌게 아니라 집밖에서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던 여의봉이 집안에서는
영 맥을 못추는 선택적 발기부전(situational impotence)을 호소하는 남자들
도 많다.

늙어가는 조강지처를 공방에 가두어 둔채 영계 찾아 솟구치는 힘을 소진
하는 남자들 말이다.

비아그라를 믿고 미리 여자를 꼬득이는 일에 정신을 쏟아 붓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그 환상의 묘약이 어서 시판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대책없는 남자들
이 많은 것이다.

반면에 비아그라의 약국 판매를 앞두고 걱정하는 아내들도 많다.

비아그라를 믿고 돈으로 젊은 파트너를 구해 쾌락의 길로 나서는 중년
남성들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 이라는 짐작이다.

남자들 특유의 곁눈질과 도벽에다 비아그라가 보태지면 불난데 부채질
하거나 얼음위에 소금 뿌리는 격이라는 논리다.

억지같지만 정력에 관한한 필사적인 집념을 보이는 남자들의 행태와 남성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한 여성단체가 세기의 명약이 가정파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50세
이상의 남자는 건강 확인서와 함께 부인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비아그라를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책치고는 어쩐지 석연찮다.

몸통은 내버려두고 깃털만 추스리는 우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부엌칼 판매 역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성의식 개조로 헝크러진 성모랄을 정돈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비틀거리는 여의봉 주인들이여, 비아그라는 정력제가 아니라 발기부전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당신 지갑에만 관심있는 영계(?)에 대한 집착대신 당신의 아내와 화끈한
사랑의 불씨를 일구어 내길...

< 준남성크리닉원장 jun@snec.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