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후 찾아오는 상실감''

우울증의 신호다.

우울증은 주부로 정신없이 가정을 꾸려오다 여유를 가질 때쯤 불현듯
찾아온다.

우울증은 슬프거나 울적한 기분과는 전혀 다르다.

정신은 물론 신체도 영향을 받아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다.

때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콜중독이나 쇼핑중독에 빠지고 심한 경우
도박에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오강섭 정신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신체적으로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등 엄청난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해 우울증에 쉽게
걸린다는 것.

또 외부로부터 들어온 상실감을 밖으로 발산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스스로
해소하려고 해 우울증의 빈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년 부인의 경우는 폐경이후 호르몬 변화로 우울증이 크게 늘어난다.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에스트로젠이 폐경후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과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40대이상 여성중 약 9%가 우울증
에 걸린다고 집계했다.

10명중 1명은 우울증을 앓는다는 얘기다.

오 교수로부터 우울증의 원인 증상 진단 치료등에 대해 들어봤다.


<> 원인 =우울증은 신체질환이나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등 내분비계 이상
으로 발생한다.

심리적인 충격이나 스트레스도 원인이다.

턱밑에 있는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갑상선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우울증이 생긴다.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 신경전달물질이나 부신피질호르몬 여성호르몬
등이 부족할 때도 발생한다.

사업에 실패했거나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때도 우울증이 찾아온다.

IMF한파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도 원인이 되고 있다.

오 교수는 "80년대에는 자녀교육 남편의 외도, 고부간의 갈등이 주요 원인
이었으나 90년대들어 자녀탈선 외로움 사업실패 등이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 나는 우울증에 걸렸나 =평소 활력이 없고 초조하거나 짜증이 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국내 의사들이 정리한 진단기준에서 해당되는 것이 4개이상이면 중증이다.

3개이상이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단해봐야 한다.

이외에도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던 시기가 돌아왔을 때나 자녀를 출가시키고
혼자 남은 가정에서 우울함을 느낄 때도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


<> 진단과 치료 =정신과 의사가 먼저 환자와 면담을 한후 우울증이 의심되면
설문지나 그림을 이용한 투사적 검사에 들어간다.

이후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등을 파악하는 내과검사를 통해
우울증을 확진하게 된다.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보통 1년정도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심리치료는 의사와 면담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단계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때에따라 가족이 치료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약물은 내분비계 이상이 발견됐을 때 사용된다.

삼환계항우울제나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 등이 쓰인다.

이들은 신경전달물질이 몸안에 오래 남아있도록 함으로써 활력을 준다.

약물로도 효과가 없는 중증의 경우는 전기충격을 주는 전기경련요법이 가끔
쓰인다.

이처럼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1백만원정도.

오 교수는 정확한 진단후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80% 정도가 완치된다고
말했다.


<> 평소에 스트레스를 해결하면 우울증은 없다 =우울증을 멀리하려면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따뜻하고 부부간에 항상 사랑을 표현하는 가정의 주부들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처리하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오 교수는 "신체기능이 떨어질때 우울증이 찾아온다"며 "평소에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우울증 진단기준 ]

<> 집중력 및 주의력 감소
<> 자존심 및 자신감 감소
<> 죄의식, 자포자기
<> 미래에대한 불확실성
<> 비판적 사고
<> 자해, 자살사고 및 시도
<> 수면장애
<> 식욕감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