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 < 전 한국신용정보 사장 >

"19번홀"이라 함은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끝나고 누군가와 데이트하는
우스개 소리로 쓰고 있다.

골프이 발상지인 세인트 앤드류스에서는 골프를 좋아하는 골퍼들이 플레이
가 끝나면 찾아가는 곳이 그 주변의 호텔이다.

호텔에는 바( Bar )가 있게 마련인데 바에서는 올드코스 마지막 18홀의
그린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바의 입구 간판이 대부분 "19홀"이라고 되어 있다.

18홀까지의 게임을 즐긴 후에 다시 모여서 맥주같은 간단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담소하는 곳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클럽하우스의 문화로 발전된 것이다.

이 "19홀"에서의 문화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세인트 앤드류스의 호텔바에는 대부분 여성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다.

그곳에서는 남자의 호기와 객기가 모두 발산된다.

많은 유머와 음담패설 등이 아무 거침없이 난무하다.

그시간만은 남자들 모두 공처가, 엄처시하에서의 해방감을 흠뻑 즐긴다.

미국의 클럽하우스에서는 종교 인종 정치에 관한 화제는 금기사항이다.

이세가지는 미국같은 여러 종족, 갖가지 종교가 함께하는 나라에서는 자칫
언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고 결코 좋은 화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클럽하우스는 조금 색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일본은 9홀을 돌고 나면 반드시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한 두시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식사를 하는 장소와 떠들면서 잡기를
하는 곳이 대부분 구분되어 있으며 그 규모도 크지 않다.

비록 골프문화를 영국에서 들여왔지만 이들이 나름대로 만들어낸 검소한
골프장 문화는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클럽하우스는 겉모습부터 크고 호화로와서 위압감을 준다.

규모의 크기나 모양의 사치스러움이 명문골프장의 조건은 아니다.

어떤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내부가 아주 거창하고 호화스럽다.

그래서 손님에게 고급호텔에 들어온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일반식당과는 별도로 이른바 VIP들이 이용한다는 특실도
있어 위화감도 느끼게 된다.

또한 음식값이 너무 비싼것도 흠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대중적인 골프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닐지 염려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