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사랑이 머물렀던 곳, 34년만에 다녀가다"

김광규 시인이 대학로 학림에 남긴 글귀다.

카페 학림은 지난 56년 동숭동 옛 서울대 문리대 근처에 오픈한 뒤 이제
불혹을 넘긴 중년이 됐다.

숱한 학생, 연극인, 문인들이 이 곳을 스쳐갔다.

방문록에는 김민기 구인환 홍사덕 유홍준 신용하 등 "알만한" 명사들의
자필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다.

"연극을 이제 평생 업으로 살아야겠다"는 각오나 "나의 고향, 나의 청춘,
내가 슬피울던, 볼레로를 청해듣던 곳"이란 감회에 이르면 가슴이 더워진다.

전혜린이 자살 전날 이곳에서 작가 이덕희씨를 만났던 일화는 유명하다.

실내는 10여년전의 짙은 갈색 나무와 의자들이 그대로 배치돼 있다.

클래식 선율이 옛날처럼 공간을 메운다.

소장 앨뱀은 1천여장.

3층은 클래식비디오를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추억의 명곡감상실 르네상스 역할을 대신한다.

창밖에는 플라타너스 낙엽들이 딩굴고 있다.

요즘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창밖풍경을 바라보면 더 없이
낭만적이다.

네티즌들도 늦가을 정취가 잘 살아나는 카페의 하나로 학림을 꼽고 있다.

커피값은 3천원, 주스는 3천5백원.

간단한 스낵도 판매한다.

< 유재혁 기자 yoo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