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일정-입원-대회기권"이라는 박세리 사태를 종합한다.

이번 사태의 포인트는 몸이 아파 기권했다는 단순사실이 아니라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주위의 강압에서 출발한다.

<>귀국자체나 귀국이후의 일정은 전적으로 주변의 강요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된다.

주변이란 본인을 제외한 모든 관련인사와 조직이다.

우선 귀국자체와 이번 KLPGA선수권대회 참가를 강요한 주최 언론사의
한 인물이 있고 과정이 어떻든 그것을 용납한 삼성, 그리고 부친 박준철씨가
있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앞뒤로 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 가운데주에 귀국해서 대회까지
참가하라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환영행사 카퍼레이드 팬사인회 등까지
마련된 것은 선수로서의 관리를 포기한 것과 같다.

문제는 한국골프계의 어느 누구도 "잘못 끼우는 단추"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했고 그것이 바로 한심하기만한 한국골프의 수준을 나타낸다.

<>결국은 시즌종반의 박세리 골프를 고국 한국이 망친 셈이다.

귀국의 부담이 삼성월드챔피언십 등 귀국전 대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테고 다음주의 재팬 퀸스컵대회 역시 출전한다 하더라도 선전을
기대할 수 없다.

선수는 말을 조심하게 마련이지만 귀국후의 모든 흐름은 박에게 상당한
상심을 안겼을 것이다.

특히 29일밤 하얏트호텔에서의 해프닝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선수로서는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시즌종료후 해도 되는 "금의환향"은 거꾸로 마음과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는 치명상을 본인에게 안겼을 뿐이다.

<>일부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차라리 잘됐다"는 소리까지 한다.

"한번 겪어봐야" 강요가 없어지고 무리수가 없어지며 골프의 미묘함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수입장이 최우선인
골프"를 이해하면 다행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