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귀국을 보는 골프기자의 심정은 참담하다.

그리고 그녀를 맞이하는 한국골프의 수준은 더욱 참담하다.

박세리는 아직 시즌중이다.

공식대회는 2개나 남았고 선수로서의 박세리는 시즌 종료시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박은 지난주에도 대회에 참가했고 다음주에도 일본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

그녀는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고 1년여만에 12시간이 넘는 시차와도
싸워야 한다.

그러나 박세리의 일정은 안타깝다못해 기가막힐 정도이다.

귀국일인 27일부터 며칠간은 오후 8시까지 숨돌릴새 없이 시간대별 일정이
짜여져 있다.

30일부터는 대회에도 참가해야 하고 그 앞뒤로는 환영행사 참석,
카퍼레이드, 팬 사인회, 후원의 밤, 공식기자회견 등이 끼워져 있다.

그녀가 쉴수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뿐이다.

시즌중 귀국과 이같은 일정들은 스포츠적측면에서 볼때 상식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그것은 농구나 축구경기의 하프타임때 선수를 불러내 각종행사에 참가시키는
것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

그녀의 무리한 귀국을 초래한 "국내골프팬들에게도 보답해야 한다"는
논리는 원래 한심했다.

그녀가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더 열심히 할수 있는 기회를 빼앗으면서
어떻게 보답을 하게 한단 말인가.

단 일주일 체류기간중 대회참가도 무리수이고 거기다 무수한 행사가 마련된
것은 "말못하는 선수 의사"와 관계없이 주위의 과시, 주위의 욕심에 기인할
뿐이다.

한국골프는 이같은 일정을 만들어 놓고도 시즌 5승을 기대하고 소렌스탐과의
타이틀 경쟁을 바라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아직도 멀고 먼 한국골프의 현실이자 수준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