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하는 식사는 같은 메뉴라도 다른 어떤 곳에서 먹는 것 보다
맛이 좋다.

시작하기 전에 하는 식사는 동반자와의 즐거운 대화와 곧 시작할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우거지국도 좋고 설렁탕도 꿀맛이게 마련이다.

그늘집에서 간식으로 나오는 짜장면이나 메밀국수, 콩국수는 평소에 잘
안먹는 사람도 거기서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입에 쓸어넣어도 체하는
법이 없다.

무더운 여름날 마지막 몇 홀을 남겨놓고 그늘집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고추장을 듬뿍 찍은 멸치 한마리를 씹어보라.

또 쌀쌀한 계절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정종을 한잔 마신후 짜르르한
속을 구수한 오뎅국물로 달래고 나서 오뎅꼬치를 한입 베어물면 정말로
왕후장상 안부럽다.

게임이 끝난 뒤에 시원하게 목욕하고 나서 플레이 내용을 복기하면서 반주를
곁들이는 식사는 그날의 스코어가 좋든 나쁘든간에 어떤 고급요리집이나
술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기막히다.

이럴 때의 음식과 술은 그야말로 보약이다.

플레이 도중에 식사도 하고 음주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골프문화이다.

우리도 골프장 마다 나름대로의 먹거리를 개발하여 손님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음식내용들을 잘 살펴보면 함께 먹어야 좋은 재료들이 잘
배합되어 있는, 즉 음식 궁합에 맞춘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도
많은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자연의 지혜를 배워서 계절에 따라 수확되는
음식재료들 중에 서로 잘 맞는 것들을 배합하여 섭취하면 그것들을 따로
먹는 것 보다 보양에 더욱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소고기와 깻잎, 돼지고기와 표고버섯, 닭고기와 인삼, 추어탕과
산초, 복어와 미나리, 조개탕과 쑥갓, 선지와 우거지, 새우와 아욱, 우유와
옥수수, 된장과 부추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외국인들과 라운드를 하다보면 그들은 대부분 초콜렛과 아몬드를 함께
먹거나 커피와 치즈크렉커를 같이 먹는다.

이렇게 서양음식에도 음식궁합이 있긴 있는 것 같지만 우리와 같이 먹거리가
그렇게 풍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 9월초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지에 "골프생과부는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으나 그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골프장에서의 플레이 뿐 아니라 매사에 잘 먹어야만 힘이 나는 것이다.

아무쪼록 골퍼들은 보약중에 으뜸이 식보라는 옛말을 명심 할 일이다.

골프장에서도 궁합이 잘맞는 음식을 많이 섭취함으로써 힘찬 플레이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주말에 골프장을 자주 나가도 저녁에는 마나님들로 부터
환영받는 가화만사성을 이룰 수 있기 바란다.

장홍열 < 한국신용정보(주) 사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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