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SK회장이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새삼 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담배도 끊고 단전호흡을 열심히 하는 등 누구보다도 건강관리에 신경 쓴
그였기에 더욱 그렇다.

암의 정체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극히 단순화한다면 인체의 통제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성장 확산하는
비정상적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60조개의 세포는 노쇠하거나 병들면 대체된다.

간세포가 정교한 분화 증식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세포로 된다.

이 과정에서 결함이 생기기는 극히 어려울뿐만 아니라 결함을 가진 세포는
생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가 끊임없이 성장 전이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악성종양, 즉 암이다.

암세포가 생기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첫째 생활환경.

미국에서는 유방암 전립선암이 흔하고 위암이 드물지만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반대로 유방암 전립선암은 상대적으로 적고 위암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이는 음식과 생활방식에서 비롯된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고 운동량이 적은 미국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맵고
짜게 먹으며 경쟁 스트레스도 많다.

한편 한국및 일본 사람이 미국에서 살면 미국과 유사한 암 발생양상을
보인다.

어린 나이에 이민 간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진다.

둘째 거주환경.

피부가 희어 자외선에 취약한 북유럽 사람들의 경우 햇볕이 약한 북유럽에
살면 피부암이 잘 안걸리지만 햇볕이 강한 온대 열대지역으로 이주해 살면
높은 피부암 발병률을 보인다.

방사능 발암물질 중금속 산업폐기물 매연이 다량 존재하는 대기와 토양속
에서 사는 주민들은 자연히 암 발생의 위험이 높다.

공장지대 탄광 쓰레기처리장 등은 발암물질이 보다 높게 상존하는 곳이다.

셋째 담배와 알코올.

담배연기속에는 타르 니코틴 벤조피렌 벤젠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디메틸니트로사민 포름알데히드 청산 아크롤레인 등 확정된 것만 해도
60가지가 넘는 발암물질이 존재한다.

폐를 비롯해 후두 인두 구강 식도 방광 췌장에 암이 생기게 한다.

알코올도 상습 음주하면 간암만 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유방암도 유발한다.

음주와 흡연을 같이하면 후두 구강 식도의 암발생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넷째 발암성 식품의 장기간 섭취.

말리고 절이고 훈제한 식품, 식용색소와 인공감미료 아플라톡신과 같은
곰팡이 독에 오염된 곡류및 발효식품, 아주 짜게 절인 식품 등이 암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다섯째 바이러스와 기생충.

B형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암, 파필로마바이러스에 의한 자궁암,
HTL바이러스에 의한 백혈병, EB바이러스에 의한 임파종 등이 있다.

기생충으로는 소화기관에 기생하는 각종 흡충들이 간 대장 자궁 등에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이 유전되는가의 여부도 적잖은 관심사다.

대장성용종 등 극히 일부 암을 제외하면 유전적 소질이 암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발암물질은 15~20년간 잠복했다가 성장한 후에 암을 유발하므로
어려서부터 잠재적 발암요인을 적극 회피하는게 중요하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장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발암물질에 얼마나 접했는지 <>발암
물질을 이기는 섭식.생활습관을 얼마나 지켰는지 <>체질적으로 발암요인에
얼마나 저항력을 갖고 있는지 등에 따라 암 발생의 개인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국내서는 암 발생이 서구화되는 추세다.

고열량의 지방식을 많이 하고 운동량이 줄다보니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의
발병률이 높아졌다.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과로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음 흡연을 일삼다보니
서구에서는 줄어들고 있거나 거의 없는 폐암및 간암환자가 늘고 있다.

금연을 강조하는 미국 하버드의대는 골초들이 담배는 끊지 않으면서 아직
암을 일으키는지 확정되지도 않은 전자파나 환경호르몬을 놓고 핏대를
올리는 것은 대단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암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이를 실천하는 것만이 암의 공포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될수 있는 길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도움말 :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민진식 암센터소장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교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