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는 자신만의 게임을 하는데 아주 철저한 인물이다.

남이 버디를 하건 보기를 하건 관심없는 스타일.

그것은 흔들림이 적다는 뜻이고 남의 플레이에 관계없이 항상 공격적으로
친다는 뜻이다.

박의 4승중 2승은 상대방이 박과 같은 자세를 갖추지 못한데 기인한다.

US여자오픈 연장전 18번홀에서 추아시리폰은 박의 티샷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안전하게 세컨드샷을 했다.

핀이 물가쪽인 그린 왼쪽에 꽂혀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치며 볼이
에지에 멈췄던 것.

만약 당시 박의 볼이 페어웨이를 키핑했었다면 추아시리폰도 확실한 온그린
을 시도하며 파를 잡을수도 있었다.

그만한 능력은 그녀에게도 분명 있다고 봐야했다.

결국 추아시리폰은 상대방 미스샷을 감안한 안전샷하나로 다 이겼던 게임을
날렸던 셈이다.

자이안트 이글에서는 도티 페퍼가 우승을 헌납했다.

그녀는 골프의 그같은 속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최선만을 다한다며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건 상대방 포지션을 모르면 그것은 결코 최선을 다한 골프라고
할 수 없다.

드모리어대회에서 박이 또 우승경쟁을 한다면 이상과 비슷한 하이라이트
순간이 분명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때 박의 게임과 상대방 게임을 유심히 분석해 보면 대회추적의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문제는 이제 모든 선수들이 박의 게임을 알고 있다는 것.

소렌스탐이나 캐리 웹정도는 박의 강심장에 절대 주눅들 선수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만반의 정신적 대비와 함께 투지를 불태울 것이다.

드모리어는 지금까지보다 한층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