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장래를 위해, 또 국가를 위해 일본프로무대를 적극 공략해야한다"

97 일본LPGA투어에서 상금랭킹2위를 차지한뒤 일시 귀국한 베테랑 프로골퍼
구옥희(42)가 젊은 여자프로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이다.

일본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한국 여자프로골퍼는 모두 8명.

이들은 지난해 2억2백39만2천1백9엔(약 18억원)의 상금을 현지에서
벌어들였다.

투어 전체상금액의 10분의 1을 한국선수들이 가져온 것.

놀랄만한 거금은 아니지만, IMF시대에 그만한 돈을 일본에서 벌어온
그들에게 "애국선수"라는 칭호를 붙여주어도 과찬은 아닐듯하다.

8명중 가장 눈에 띈 활약을 한 선수는 구옥희.

그는 올시즌 5천9백14만엔(약 5억4천만원)을 획득, 일본투어 랭킹2위를
기록했다.

일본진출 15년만에 거둔 역대 최고성적이다.

그것도 남들은 은퇴를 고려하는 42세라는 나이에 달성했다.

구프로는 56년 8월생.

"언제 현역에서 물러날지 모르지만, 앞으로 5년은 문제없을 것같다.

그 안에 꼭 상금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구옥희의 각오다.

이는 IMF시대를 맞아 국내파 여자프로골퍼들이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골프는 나이 40을 넘어서도 정상을 넘볼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하는
말이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여자골프대회가 단 1개밖에 열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외, 특히 일본무대를 주시해야한다는 충고로 받아들일만하다.

IMF로 인한 대회축소를 국내선수들은 일본진출의 호기로 보아야한다는
얘기다.

"본인의 의지와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본진출 초창기와는 달리 나를 비롯한 선배들이 9명이나 있기 때문에
음식 언어 문화 등 경기외적인 일에 적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신규진출 프로들의 뒷바라지도 마다않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일본LPGA투어는 대회수가 36개, 총상금은 약 20억엔(약 1백80억원)
이었다.

대회는 3월초부터 11월말까지 9개월동안 계속된다.

한국에 비해 대회수는 3.6배, 상금은 10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물론 국내선수들이 일본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프로테스트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서아람 한지연 한소영 장은경등이 테스트에 응시, 장은경만이
합격했다.

테스트통과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늘구멍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대회가 거의 없으므로 선수들이 테스트 준비에
전념할수 있다는 일정상의 이점도 있다.

"일본무대는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

후배들이 많이 진출해서 본인의 명성도 높이고 한국골프의 위상을 떨치기를
기대한다"

노장프로골퍼의 결론은 IMF시대에 국내 여자프로골퍼들이 나아갈 바를
가리켜주는 나침반이 아닐수 없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