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아마바둑선수권대회 전야제는 대회개막을
알리는 오프닝 쇼 "천둥소리" 큰북공연이 끝난뒤 KBS아나운서 최승돈씨의
사회로 공식행사를 진행.

개막식은 박용정 한국경제신문사장의 대회사에 이어 후원사인 대한생명
박종훈사장의 기념사, 한국기원 현재현 이사장의 격려사 순으로 이어졌다.

한국경제신문 박용정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바둑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오묘한 수로 승부를 가리는 두뇌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여성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대회를 개최한 만큼 출전선수들은
개인적인 명예는 물론 참가국의 명예를 걸고 명승부를 펼쳐줄 것"을 당부.

또 대한생명의 박종훈 사장은 기념사에서 "이 대회는 바둑을 통한
국제우호증진과 문화교류의 새장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은 진정한 우의와
친선을 다지며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여자바둑의
진수를 선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야제에는 임건우 보해양조 사장, 유충식 한국기원부이사장,
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을 비롯 조훈현 대회심판위원장 김인9단 등
바둑계 인사를 포함해 3백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대회 전야제에서는 원년 개막식답게 각양각색의 각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선수들이 일일이 소개됐고 내빈들은 열렬한 박수로 이들을 환영.

프로기사들에 익숙해 있던 바둑팬들은 컨설턴트 설계사 그리고
초등학생에서 교수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의 다양한 직업에 놀라는 표정.

특히 이들이 전통의상을 입고나오자 아름답고 인상적이라며 감탄사를
연발.

특히 초등학생인 도은교양이 분홍색 한복을 입고나오자 저마다 귀엽다며
한마디.

또 독일대표는 사회자와 인터뷰도중 "바둑"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해
내빈들을 놀라케 했다.

선수단이 모두 소개되자 일부 참석자들은 미스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본 전통의상쇼와 다름없다고 말하는 등 주변은 웃음꽃이 만발.

이자리에서 대회 귀빈들로 부터 베스트 드레서 수상자로 선정된
스페인의 마리아헤수스로드리게스양은 예상치도 못한 1천달러의 부상을
받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반복해서 고맙다는 말을 연발.

한편 만찬행사에 이어 진행된 3부축하공연에서는 서울풍물단이 판굿,
두드리, 12발 채상놀이 등으로 분위기를 사로잡자 출전선수들은 환호성을
연발.

<>.이날 오후 63빌딩 3층코스모스홀에서의 기념대국에는 이인제
경기지사와 신한국당 이수성 고문, 민주당 이수인 의원 등 정계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후 3시 대국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지사는 대기실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이고문 등과 반갑게 인사.

특히 이지사는 이고문과 중국방문 및 신한국당 최형우 고문의 병세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이지사는 최고문의 병세에 대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말씀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언급.

이지사는 또 윤기현 9단이 "요즘 바둑 많이 두시냐"고 묻자 "국수님과
10판만 두면 많이 늘텐데 요사이 바빠서 못두고 있다"고 화답.

아마5단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지사는 참가기사중 최고수인 중국의
하이야난 6단과 대국을 벌였으나 바쁜 일정에 쫓겨 일찍 자리를 뜨는
바람에 결과는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

이수성 고문은 오후 2시50분께 도착, 대국실에서 각계 인사들과 건강
바둑 등을 소재로 환담.

이고문은 "원래 바둑을 좋아한다"며 "복잡할땐 바둑두는게 최고"라고
바둑예찬론을 피력.

그는 또 "오늘 대국상대가 바둑강사인 일본 야마시타 아마 5단으로
안다"며 "비록 내가 아마4단이지만 좋은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

그러나 결과는 이고문의 불계패.

한편 오후 2시50분께 친동생인 민주당 이수인 의원이 도착, "형님이 와
계신줄 알았으면 내가 안올걸 그랬나 봅니다"고 하자 이고문은 "가면 내가
가야지, 바둑은 동생이 더 센데"라고 대답.

이의원은 아마5단의 실력으로 러시아의 스웨틀라나 치크치나 5단과
겨뤘으나 역시 불계패.

<>.이날 전야제에 앞서 열린 "명사대국 기념대국"을 통해 28개국
선수들이 자연스레 친해져 대국전부터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대회
관계자들은 흐뭇한 표정.

명사대국전에 앞서 대국장에 모인 여류기사들은 머리카락, 피부 색깔
등이 서로 달라 처음엔 어색한 분위기였으나 바둑판이 앞에 놓이자 영어
인삿말이 오가며 밝은 표정으로 전환.

일부에선 친선수담을 나누는 등 친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특히 일본의 야마시다 치푸미와 헝가리의 퀘스치기 다이아나는 1시간
전부터 대국을 나누기도.

결국 일본기사가 불계승을 거뒀으나 두 기사는 승패에 관계없이 밝은
얼굴로 "생큐"를 연발.

<>.대국이 진행되자 바둑계의 거물 김인 9단 김수영 7단 권갑룡 6단
정동식 한국기원 사무국장 등이 잇따라 기념대국장에 들어서 명사초청
대국에 높은 관심을 표명.

이들은 여류기사들과 명사들의 대국을 지켜보곤 보통수준이 아니라며
입을 모으기도.

< 김형배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