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쳐야 된다고 생각했을때 또는 꼭 이겨야 하는 골프에서 골퍼들은
반대로 "더 못치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건 프로건간에 그 속성은 별반 다름이 없다.

사상최초로 US여자오픈 3연패를 노리던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첫날 77타의 금년도 최악 스코어를 내며 급기야
커트에서 떨어졌다.

그녀가 커트 통과에 실패한 것은 지난 94년 제이미 파 클래식 이후
처음이었다.

한편 지난번 브리티시오픈에서 김종덕은 2라운드 12번홀(파4)에서
벙커를 넘겨야 하는 약 15m 어프로치샷(서드샷)을 그대로 벙커에
떨어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같은 사례들에 대해 우리는 "마음이 앞선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경우가 구체적으로 "마음이 앞서는 행동"일까.

파온이 안됐을때 골퍼들은 서드샷을 "반드시 붙여 파를 잡겠다"고
생각한다.

앞의 김종덕 케이스가 좋은 예가 된다.

그들의 뇌리에는 "붙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전방에 벙커가 있고 그 벙커 가까이에 핀이 꽂혀 있으면 사실 "벙커를
넘어 바로 떨어뜨려야" 볼이 붙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붙이려 하는 샷은 실제 어처구니없이 짧아지며 다시
벙커에 들어간다.

이는 "붙이겠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 볼을 떨어뜨려야 하는 목표점을
잊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붙인다는 것"과 "목표점에 볼을 떨어뜨리는 것"은 다르다.

"마음이 앞선다는 것"은 바로 이같이 "목표를 간과하고 목적만을 이루려
하는것"이다.

샷의 제1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목표점을 정하는것.

골프는 "우선적으로" 타깃이 존재해야 그 샷의 목적이 달성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